[열방우체국-르완다 김보혜 선교사] (5) 목회자 교육 재미와 보람

입력 2013-05-05 17:23


성경암송 게으르면 “말씀없이는 밥도 없다” 복창시켜

처음 르완다에 와서 1년짜리 성경학교를 정규 신학대학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품고 신학교 교육에 집중했다. 이후 현지 교단과 협력 사역을 하고, 우간다의 한국 선교사님이 르완다에서 시작한 신학교 강의를 했다. 그러나 새로운 목회자들을 세우기 위한 신학교 사역만큼 더욱 시급한 게 있었다. 지역 교회에서 목회자로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르완다에서 일부 교단은 목회자의 자격을 신학교 졸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재 동역하고 있는 교단은 사실 학문적 배경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목회자 재교육이 절실하다. 물론 성령의 역사하심이 학문적 배경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빈약한 지식이 때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때도 있다.

선교사로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말씀공부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처음에는 PEFA 교단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성경교육을 진행했다. 첫 프로그램에서 성경 지식이 빈약한 목회자들의 현실에 큰 충격을 받고 교육 대상을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변방 목회자들을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룬디와 콩고의 접경지역 등 수도에서 먼 지역의 변방 목회자들은 교육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세미나라기보다는 목회자 훈련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름대로 세운 기준이 있다면 교단 목회자 프로그램은 새로 건축한 교회에서 진행했다. 목회자들이 개척하고 건축한 교회를 축복하고 성도들은 손님들을 섬기며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견고히 하는 기회를 삼기 위해서였다.

교단 외 목회자들도 외곽지역 교회 목회자들을 우선적으로 정했다. 르완다에서도 세미나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진행된다. 대부분 외국에서 오는 강사들은 여러 제약조건 때문에 수도에서 세미나를 진행한다. 따라서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만 지속적으로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 이렇다보니 지식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다. 변방에 살고 있는 내가 지닌 이점을 활용하고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지로 가서 교육 기회가 거의 없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통비와 식비를 지원해가며 진행하는 이동 신학교인 셈이다.

교육은 일방적 강의로 진행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이미 이들에게 주신 자원들을 끌어내 지혜를 구하며 목회자 훈련 형태로 진행한다. 성경 공부와 병행하며 목회자들이 서로 설교 실습을 통해 모니터를 하는데, 거울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설교하는지도 모른다. 목회자들은 서로 설교하는 자세와 메시지를 점검하며 상호 교육의 기회를 갖고 있다.

지역교회 목회자들은 총회장이나 지방회장이 교회를 방문하면 그때서야 외부 손님들의 설교를 듣게 된다. 원격지 목회자들의 설교는 어느 누구도 검증을 한 적이 없어 이런 기회를 통해 점검하는 셈이다.

개인별로 설교하고, 평가와 조언을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40명 정도로 인원 제한을 둔다. 항상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 역동성이 떨어지는 점은 있어도 순수함과 열정만큼은 늘 감동을 준다. 그간 세미나를 진행하며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성경 암송을 위해 진력하는 목회자들을 보며 성경과 더욱 친밀해져야겠다는 도전을 받는다.

한국교회는 어린 시절부터 말씀 암송을 시키지만 이곳에선 사실상 지금 암송을 시작하고 있다. 성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암송은 더더욱 중요하다. 책이 많지 않아 어렵게 구한 성경이라 하더라도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 훈련도 어린이들 수련회처럼 식사 전 성경 암송이 필수다. 분명히 잘 외웠었는데 점검자인 내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바들바들 떨기도 한다. 말씀을 암송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단지 밥 한 끼를 위해 보여주는 열심만은 아니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열심이지만 카라케지처럼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꾀를 부리고 외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때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성도 앞에서 “Nta Bibiliya, Nat kunguka!(말씀 없이는 밥도 없다!)”를 다섯 번씩 복창하게 한다. 유치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영의 양식과 육의 양식을 겸해 섭취하자는 데 이견은 없겠고, 또한 이곳에서 양식 앞에 얼마나 절실해지는지를 알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게다가 성도들 앞에서는 체면을 구기려 하지 않으려면 꼭 외워야 하지 않겠나. 꾀쟁이 카라케지도 이제는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성경 암송을 강조하고 있다. 밥과 성경이 최고의 조합인 셈이다.

때론 목회자 교육을 진행하는 일을 너무 즐거워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인지,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인지 구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시 19:8)는 말씀처럼 예수님이 생명의 빛으로서 우리를 어둠에서 건지셨듯이, 성경을 접한 사람들의 눈이 열리는 것을 경험한다. 목회자들은 대부분 글을 읽는데, 여성 세미나를 진행하는 중 몇 교회 여성 대표로 참석한 집사들이 글을 못 읽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이름과 예수님을 어떻게 적는지를 알려주고 나니 눈이 열렸다고 표현할 정도다.

20대 초반이어도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40·50대는 글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키니냐에서 에이즈 가정 구제하며 성경쓰기를 시키고 있는데, 20% 이상이 글을 몰라서 자녀들이 대신해 성경쓰기를 한다. 키니냐에서도 글을 가르쳤는데, 장년 여성들의 경우 마음은 조급하고 글은 빨리 안 깨우쳐지니 답답한 듯하다. 그래도 지금은 더듬더듬 읽어나가지만 어느 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어 있길 기대한다.

초기에 카구구에서 어린이 교회를 열었을 때 시편 23편을 설교하고, 학습활동으로 각자의 양 한 마리씩을 색칠하기로 했다. 종이에 작은 양을 여러 마리 프린트해서 몇 개 안 되는 크레용을 돌려가며 색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300여명 아이들이 모두 다 칠하려니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색칠이 늦어지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교사를 맡은 청년들이 아이들을 돕는 게 아니라 자기 양을 칠하느라 더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크레용을 처음 만져보았다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간단한 색칠조차도 이들에게는 특별학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키니냐에서 방학 때에 아이들과 성경읽기와 병행해 학습활동을 진행했다.

방학에 물 긷는 일 이외에 별달리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이 교회에 모였는데, 전체가 다 모이면 200명이 넘으니 학습활동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학년 제한을 두어 인원을 통제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성경 읽기와 학습활동에 아이들이 보이는 열심은 자기 양 한 마리를 색칠하기 위해 크레용을 기다리던 카구구 아이들의 열망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지난해에 노아의 방주를 함께 그리고 냐비타레 건축 모형을 제작하는 일을 함께 진행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교회도 큰 데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단기 선교팀이 오면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좋다.

목회자 훈련 다음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세미나가 자주 열리는 편이다. 가정 형편상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취업의 어려움에 더하여 너무 일찍 아이를 갖는 이곳의 현실에서 배움의 기회가 적다. 그들이 말씀을 통해 느헤미야와 같은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며 청소년 세미나를 통해 도전하고 있다.

김보혜 선교사 (르완다 페파교단 협력 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