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국빈 대접’ 김규태 화가 귀국전 “30년 만에 고국 나들이 설레”

입력 2013-05-05 17:36 수정 2013-05-05 23:22


강원도 정선의 오지마을에서 태어난 김규태(61) 작가는 어릴 적 꼬챙이나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미술을 배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10대에 산수화의 대가인 소헌 박건서(80) 화백을 만나 어깨너머로 그림을 익힌 그는 20대에 강원도미술공모전과 한국현대미술대상전 등에 입상하면서 ‘화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브라질로 이민 간 형의 초청으로 서른 살에 한국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수묵화를 그리는 것뿐이었다. 현지인들은 “이것도 그림이냐. 왜 이렇게 여백이 많으냐”며 외면했다. 그는 그림을 들고 1985년 상파울루중앙미술관을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 전시위원들이 생소한 수묵화에 의외로 관심을 보여 기적처럼 초대전이 이뤄졌다.

매스컴의 반응도 좋았다. TV 출연과 잇단 초대전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된 그의 작품은 브라질국립박물관이 소장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수묵화에서 오방색으로 나아간 그의 작품은 불티나듯 팔렸다. 대학 강연 등을 통해 브라질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2003년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브라질 공항 입·출국을 비롯해 모든 공공기관에서 그는 VIP 대접을 받는다.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공평동 공평아트센터에서 ‘행복을 부르는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브라질 이민 50주년 기념전으로 브라질 산하를 오방색으로 채색한 그림과 부엉이를 소재로 한 작품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가족사랑’ ‘복과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 그림은 지난달 일본에서 전시돼 50여점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전시를 위해 서울에 온 작가는 “30년 만의 귀국전이라 잠도 오지 않고 무척 긴장된다”며 “한국적 미감을 함께 나누는 글로벌화를 통해 ‘미술 한류’를 개척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시인들의 모임인 ‘시인들의 외출’(회장 황광자) 소속 회원 12명이 작가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지은 ‘부엉이 시(詩)’도 함께 소개된다(02-3210-007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