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선 후유증 우려되는 민주당 계파 갈등

입력 2013-05-03 18:57

민주통합당이 내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다. 대선 패배 이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던 민주당의 새 출범이 우리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권 복귀로 위상이 많이 추락했지만, 의원 127명을 보유한 제1야당이 정부·여당을 올바로 견제하고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대선 이후 계파 갈등의 청산이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됐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오히려 더 극심한 양상을 표출했다. 김한길, 이용섭 후보 진영은 선거 막바지인 지난 2일에는 낯 뜨거운 불법선거운동 폭로와 음해 공방을 벌였고, 친노 주류의 핵심 인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장을 놓고도 이전투구가 벌어졌다.

주류 측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친노 진영의 책임을 물은 데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9일 보고서 발표 직후 친노 핵심 인사인 명계남씨가 불만을 토로하며 탈당했고,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도 3일 탈당을 선언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집권 능력이 충일한 정당을 재건하는 것이 목적인 보고서조차 계파 갈등의 제물이 됨으로써 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집단이란 이미지가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인식과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던 대북 정책이나 통상, 복지 등에 관한 당헌·당규 수정안을 놓고도 이념 충돌이 빚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도진 계파 갈등의 후유증이 새 지도부가 발휘해야 할 통합의 리더십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양 후보 진영은 5·4전당대회가 단합과 융화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자중해야 한다. 어느 쪽이 당권을 잡든 민주당은 특정 계파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을 혁신해나가야 한다. 투쟁 일변도, 폭로를 위한 폭로를 주무기로 하는 과거식 정치행태로는 집권의 길이 요원하다. 주류나 비주류 모두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건전한 대안 제시를 통해 국민에 믿음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