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말발 안먹혀”… 총기규제·건강보험개혁·시퀘스터 지지부진

입력 2013-05-03 18:47

2기 행정부 출범 100일을 갓 넘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곤경이 예사롭지 않다. 주요 국내 정책 어젠다(의제)는 물론 대외 문제에서도 추진 동력을 잃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우선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최우선 현안으로 추진했던 총기규제법안의 좌초가 가장 뼈아프다.

신원조회 강화만 남는 등 당초 안에서 현저히 후퇴한 절충안마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도 통과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은 물론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노선에 반기를 드는 것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일부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반발로 순탄치 않다. 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고용자들이 정규직을 회피하는 바람에 임시직만 늘나 있다는 부정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갈 때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퀘스터레이션(예산 자동삭감)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등 재정문제 협상은 협상일자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대외 정책과 관련, 시리아 사태에 대해 오바마는 이미 ‘금지선’을 넘어섰다고 했지만 군사 개입에도 주저하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언론 성명 발표, 인터뷰 등을 통해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말발’이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성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은 3일(현지시간)자 칼럼에 ‘오바마, 이미 레임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칼럼에서 누넌은 오바마가 말만 앞설 뿐 뒤에서 실제 그를 따르는 정치인이 없다며 대통령이 어떤 것이든 변화시킬 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임기가 44개월이나 남은 만큼 ‘레임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면서도 오바마가 ‘절뚝거리는(lame)’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