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아전인수 쪽지예산, 여전히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5-03 18:13 수정 2013-05-04 02:08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까. 여야가 오는 7일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막판 피치를 올리면서 ‘쪽지예산’ 논란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심의를 마친 9개 상임위원회에서 당초 정부안 대비 증액된 예산 규모는 약 2조원이다. 대부분 국토교통위·산업통상자원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민원성 사업이 많은 상임위에서 증액시킨 것들이다.

일부 부처 추경안 심사는 8분밖에 안 걸렸다. 졸속심사 우려와 함께 지역구 특혜 등 ‘쪽지예산’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여야 예결위 간사들은 “이번에는 쪽지예산이 절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왜일까. 쪽지예산의 개념이 애매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장 넓게 해석하면 정부 예산안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한 예산은 모두 쪽지예산이다. 하지만 이 경우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받는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국회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쪽지예산에 대한 개념 차이가 있다.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증액한 예산은 예결위가 다룰 수 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 동료 의원에게 특정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질의를 부탁한 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정부 원안, 상임위 증액안, 예결위 증액안 등 세 가지는 쪽지예산이 아니다”며 “이 공식 프로세스가 없이 해달라고 밀어 넣는 게 쪽지예산”이라고 설명한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로 바로 찔러 들어오는 것만이 쪽지예산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악질 쪽지예산’은 소위 심사자료에도 없는 가장 좁은 개념의 쪽지예산이다. 예결위원장이나 소위 위원들이 임의로 집어넣는 경우가 많고 날치기 예산 때 주로 등장한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증액된 예산도 악성 쪽지예산으로 변질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예결위는 계수조정소위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 서면질의 형태로 사실상 쪽지예산 신청을 받는다”며 “전체회의 서면질의로 일종의 ‘밑밥’을 깔고 소위에서 힘을 써서 통과시키는 게 일종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예산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쪽지예산 여부를 판가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정지역이나 특정기업을 밀어주는 예산은 아무리 절차가 합당해도 쪽지예산이라는 것이다.

실세 정치인의 경우 각 부처가 미리 쪽지를 받아 정부안에서부터 예산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