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은 北에… 원·부자재는 추후 논의 ‘절충’

입력 2013-05-03 18:07 수정 2013-05-04 01:50

‘최후의 7인’의 귀환을 막았던 개성공단 미수금 협의는 남북 당국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댄 지 닷새째에야 타결됐다.

3일 오전까지만 해도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우리 측 인원의 귀환은 주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간극이 좁혀가고 있지만 최종 마무리나 매듭은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후 3시30분쯤 ‘미수금은 북한에 주되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은 추후 협상에서 논의한다’는 실무 회담 결과를 추인하고 곧바로 오후 5시30분쯤 귀환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행정 절차 등에 시간이 더 걸려 결국 이들은 오후 6시50분쯤 돌아왔다. 이어 곧바로 김호년 관리위 부위원장 등 5명이 현금 수송차량 2대로 북측에 미수금을 지급한 후 오후 8시쯤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왔다.

당초 하루 이틀 정도만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협의가 시일을 끌게 된 것은 미수금 규모 산정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북측은 근로자 3월분 임금과 기업소득세, 통신료 등 1300만 달러 외에 추가로 4월분 임금 120만 달러를 더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부터 북측 근로자 철수가 일방적으로 이뤄진 만큼 4월분 임금 지급에 우리 측이 난색을 표시했다. 또 우리 측도 123개나 되는 입주기업 개개의 미수금을 모두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북측은 4월분 임금 120만 달러는 추후 협의하는 것으로 물러났다. 우리 측은 일단 북측이 요구한 돈을 주되 정확한 미수금 금액이 확정되면 추가 논의키로 하고 협의를 타결했다.

우리 측이 미수금 지급의 반대급부로 원·부자재 및 완제품을 요구한 것도 길어진 원인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그런데 북측에선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계속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수금 협의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가 이뤄진 점은 눈길이 간다. 남측은 추후 협의 과정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발단이 된 군통신선을 되살리고, 통행제한을 풀 것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미수금 협의를 명목으로 남북간 통신 채널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북측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가 북측에 미수금을 주고 남측 인원을 서둘러 철수시킨 것은 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에 어떻게든 개성공단 상황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우리 측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7명의 안전 염려도 조기 귀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4일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할 예정이다.

정부는 귀환이 완료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측은 남북 합의와 개성공단 관련 법령에 입각해 기업들의 재산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