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돈 빼내 ‘유흥가 황제’ 노릇 수백억 펑펑

입력 2013-05-03 17:57

2004년 에이스저축은행(이하 에이스저축)을 인수한 김학헌 회장은 부도난 고양터미널 시행 사업을 사업가 이황희(54)씨에게 맡겼다. 성공만 한다면 일확천금을 바라볼 수 있었던 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에이스저축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씨가 터미널 사업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대출받은 돈은 4323억여원. 에이스저축이 빌려줄 수 있는 전체 금액(여신)의 70%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에이스저축은 이씨의 다른 개인사업들에도 2800억여원을 추가로 대출해 줬다. 에이스저축의 입장에서는 터미널 사업에 ‘올인’한 셈이었다.

총 7200억원을 손에 쥔 이씨는 돈을 물 쓰듯 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이씨가 일반 술집에서 사용한 돈만 23억여원이었다. 강남 일대 룸살롱에서는 32억여원을 썼다. 유흥비로만 56억원을 사용한 이씨는 ‘강남 유흥가의 황제’로 불렸다. 명품도 빠질 수 없었다. ‘에르메스’나 ‘까르띠에’ 같은 호화 명품 가방, 시계 등을 사는 데도 50억원가량을 썼다. 이씨는 이렇게 산 명품 중 일부를 자신이 운영한 유흥업소에서 일할 여직원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이용했다.

지인들에게 통이 큰 사람으로 통했던 이씨는 사업을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72억원을 대여해 줬다. 이씨는 몇몇 중년 연예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생활비, 해외여행 경비에 이르기까지 이씨가 6년간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총 439억원에 이르렀다. 고객들의 피 같은 예금을 빌려 졸부 노릇을 하고 다닌 셈이다.

이씨가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동안 에이스저축의 상황은 악화됐다. 터미널 사업 진행은 지연됐고, 이씨는 빌린 돈의 대부분을 갚지 못했다. 그 사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2011년 9월 에이스저축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태의 원흉이었던 이씨와 에이스저축의 임원들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고, 이 와중에 김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환수)는 3일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저축은행의 부실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업의 실경영자로서 대출의 많은 이익을 누렸고,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유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씨에게 부실 대출을 해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에이스저축 임원 최모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억6000만원, 추징금 3억6000만원을 선고하는 등 대부분 임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