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파티·캠핑’ 바람… 좋은 부모 되려다 허리 휜다

입력 2013-05-03 17:56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 준비에 부모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몇몇 부모들은 ‘어린이날 파티’를 위해 비싼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와의 여행을 계획하며 수백만원짜리 캠핑 장비를 마련하느라 등골이 휘고 있다.

서울 공항동에 사는 진모(31·여)씨는 지난 1일 딸(4)이 다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황당한 안내장을 받았다. ‘어린이날 기념 파티를 준비하라’는 내용의 공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안내장에는 아이 이름별로 어린이날 파티를 위한 준비물이 적혀 있었다. 진씨의 준비물은 피자였다. 같은 반 아이들을 위한 선물 10개도 준비하라는 안내도 들어 있었다. 진씨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유명 브랜드 간식이나 선물을 보내야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선생님에게도 실례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부담스러워했다.

일부 유치원·어린이집들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파티를 열면서 간식·선물 부담을 학부모들에게 지우고 있다. 3일 한 육아정보카페에는 ‘어린이날 파티 때문에 고민’이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아이 엄마는 ‘10명분 과자를 보내오라는데 어떤 과자를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는 글을 남겼다. 여기에는 프랑스 제과 브랜드의 값비싼 쿠키나 유명 제과점의 고급 과자 등을 추천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연예인 아빠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내용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날에 아이와 캠핑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덩달아 캠핑 장비 판매율도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어린이 캠핑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나 늘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1일부터 16일까지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다. 텐트는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팔렸고, 코펠 76.8%, 침낭 69.8% 등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이마트도 올해 1∼3월 캠핑용품 판매가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고가 캠핑장비 때문에 부모들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한모(37)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캠핑을 가려고 얼마 전 수백만원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다”며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캠핑 장비를 비교한다는 얘기에 아이가 기죽을까 봐 무리해서 비싼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난지캠핑장 관계자는 “캠핑은 저렴한 장비로도 가족끼리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사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