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高’ 성공모델] 비결은? 산학협동 ‘취업보장 맞춤반’
입력 2013-05-04 03:58
정부가 2008년 도입한 마이스터고의 첫 성적은 ‘합격’이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전국 마이스터고 21곳의 평균 취업률은 93.1%다. 취업자 절반 이상은 대졸자도 어렵다는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독일식 기술장인(匠人) 육성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적합하게 만든 마이스터고가 청년취업난 해소와 기술 강국을 이끌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가 고졸 취업의 새 역사를 쓰며 마이스터고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 올해 초 졸업한 마이스터 1기생들의 전원 취업은 물론 10명 중 8명이 글로벌 대기업 등에 입사했다. 취업난과 쉽게 개선되지 않는 ‘기술 천시’ 사회풍토 속에서도 고졸 취업과 기술인재 육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고 있다.
◇전국서 앞 다퉈 입학하는 최고 명문 마이스터고=지난달 30일 낮 12시45분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구미전자공고 본관 앞에는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졸업앨범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밝은 미소를 띠고 카메라 앞에서 한껏 폼을 잡았다. 사회진출을 앞둔 고3인데도 대부분 명랑해 보였다. 한 학생은 “이미 취업이 돼 걱정할 게 없다. 남은 기간은 내가 들어갈 회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전자공고는 최고 취업률을 자랑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 취업도 높은 벽이 아니다. 졸업이 10개월이나 남은 현재 이미 대기업과 공기업 등 ‘알짜 직장’ 취업이 결정된 3학년 학생들이 많다. LG그룹 53명, 삼성그룹 35명, 현대자동차 12명, 포스코 등 기타 대기업 25명,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16명, 글로벌 벤처·이노비즈 기업 29명 등 전체 273명 중 이미 170명의 취업이 결정됐다. 올해 졸업한 마이스터 1기생들은 268명 전원이 취업했다. 그중 83%가 대기업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2학년 학생들도 280명 중 54명(19%)이 대기업 공개채용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삼성전자에 36명, 현대자동차에 12명, 삼성디스플레이에 6명이 조기 취업을 확정했다.
최창원 구미전자공고 기획부장은 “졸업생이 100% 취업한 마이스터고는 더러 있지만 대기업 취업률은 대부분 50% 안팎이다”며 “우리 학교는 대기업 취업률이 80%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 취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우수한 신입생이 몰려드는 직업교육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고 있다. 기숙사에 가면 전국의 사투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올해 신입생들 중 경북도를 제외한 16개 시·도 출신이 49%로 지난해 41%보다 8% 포인트 늘었다. 2012학년도 신입생 282명의 평균 내신성적은 상위 17%로 전국 28개 마이스터고 중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신입생 281명의 평균 내신성적은 상위 15.6%로 지난해보다 더 올랐다. 상위 16% 성적은 38명이 정원인 학급에서 5∼6등 수준이다. 2011년 신입생 평균 내신성적이 상위 28%였던 것을 감안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우수 인재들이 이 학교로 몰리고 있는 게 확연하다.
따라서 학생 선발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학교와 협약을 맺은 기업의 임직원 5명이 심층면접에 참여해 선발한다. 특기자전형은 1박2일 간의 합숙에서 창의력과 적성 등을 심층 평가해 합격자를 뽑는다.
◇비결은 앞서가는 산학협력 교육=구미전자공고의 자랑은 전국 최초 ‘취업보장 맞춤반’ 운영이다. 2010년 당시 2학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취업 보장과 동시에 회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의 산학협력 모델이다. 학교는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2학년 때부터 방과 후에 취업할 회사가 요구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은 기업은 75곳이다.
교사들도 취업 교육에서는 단연 최고다. 교사 103명 중 36명이 기업 출신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기술교육대, 산업기술대 등에서 현역 기업 관계자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는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해외 공장 견학 등에도 부지런히 참가한다.
교사와 기업 관계자, 대학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부교재를 수업에 활용한다. 교과서만으로는 부족한 기술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다.
수업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조를 짜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제작해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식 수업이 주를 이룬다. 학습량도 엄청나다. 일반 고교 수업이 204단위(1단위 17시간)인데 반해 구미전자공고는 260단위를 가르친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덕에 수업을 마치고도 필요한 기술을 계속 연마할 수 있다.
최돈호 교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학교도 고객인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기업의 요구를 정확히 알고 그들이 원하는 걸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외 직업교육 기관 50여곳이 우리 학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
정부가 2008년부터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3월 첫 신입생을 뽑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독일 직업교육을 토대로 전자·전기·기계분야 등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예비 마이스터(기술 장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취업 특화교육을 한다.
구미=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