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주하는 의원실] ‘빽’없는 사람들 “혹시 말 들어줄까 싶어…”

입력 2013-05-04 03:58 수정 2013-05-04 11:20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내내 민원인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은 곳이 국회다. 특히 국회 정문은 민원인들의 자리 잡기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장소다.

3일에도 국회 정문 앞에는 법원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람, 서울 모 지역구 의원에게 지역구내 코레일의 철도부지에 시행하려는 사업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 공무원 노조 해고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노조원 등이 찾아와 민원 해결에 의원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사연을 빼곡히 적은 피케팅이나 호소문 배포는 점잖은 편에 속한다. 국회 정문 앞에는 천막농성이나,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추운 겨울동안 잠시 모습이 보이지 않던 그들이 날이 풀렸으니 조만간 다시 찾아올 것이다.

국회를 찾는 민원인들은 다른 공공기관의 민원 창구를 찾는 이들과는 좀 다르다. 많은 이들이 행정당국이나 사법당국, 수사당국과 관련해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관에 아무리 호소를 해도 안 되니, 입법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셈이다.

또 어떤 ‘빽’도 없는 가장 낮은 사람들이 그래도 자신의 지역구 의원만큼은 말을 들어줄까 싶어 찾아오곤 한다. 지역에서 의원을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의원을 면담하려면 ‘각별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식으로 의원회관 사무실에 면담 신청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의원과 보좌관이 재벌과 힘 있는 기관의 국회담당 직원을 만나는 데에는 익숙해도 지역구에서 아무 연고 없이 찾아온 이를 만나주는 경우는 드물다. 또 시민단체와 같이 ‘표’를 많이 가진 집단은 앞 다퉈 챙기려 해도 1인의 고충에 시간을 할애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국회 앞의 민원인들은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돌고 돌다 이곳까지 찾아왔지만 역시나 ‘허탕’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점심식사 때 의원들의 차량과 보좌관들을 향해 이들은 외친다. 자신들의 얘기에 단 1분만이라도 귀 기울여 달라고.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