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믿음으로 자라고 있나요?] 작지만 큰 자, 어린이 영접 교회 문턱을 낮추세요
입력 2013-05-03 17:17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막 9:37)
성경에서 예수는 ‘천국에선 누가 크냐’는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린이를 데려온다. ‘어린이들처럼 자신을 낮춰야 천국에서 큰 자’라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다. 제자들 가운데 서열분쟁이 생겼을 때도 예수는 다시 어린이를 이들 앞에 세웠다. 지극히 작은 자를 선생 모시듯 영접하는 자가 제자 가운데 가장 크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성경에선 어린이가 ‘작지만 큰 자’로 대접받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이와 반대 양상이 확산되고 있다. 교회들은 교회학교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경험이 거의 없는 교육전도사에게 어린이 사역을 맡기는 교회도 적지 않다.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주요 교단의 교회학교 학생(유치·중고등부 제외) 수가 해마다 감소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2002년 26만1940명이던 예장 통합 교회학교 학생은 2011년 현재 21만700명으로 19.6% 감소했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역시 2003년 24만9682명에서 2010년 현재 20만2881명으로 18.7% 줄었다. 이들은 “크게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어린이가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한국교회 미래 신앙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회학교
저출산과 과도한 학업 경쟁을 부추기는 세태 속에서 교회가 어린이에게 제대로 된 신앙을 전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교회가 있다. 인천 학익감리교회와 서울 행당2동 무학교회가 대표적 예다.
학익감리교회는 2009년부터 교회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이 키즈(Hi Kids)’ 사역을 시작했다. 체험예배, 소그룹모임, 전도, 제자훈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사역은 어린이들이 성경말씀에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신앙을 키워가도록 돕는 게 특징이다. 이 교회는 목회자나 교사들만 어린이를 전도하고 양육하지 않는다. 소그룹 리더로 선발된 40여명의 어린이들 스스로 교사와 함께 한 해 동안의 사역에 적극 참여한다.
토요체험학습이나 즐토스쿨을 열어 비기독교인 어린이에게 교회 문턱을 낮추는 것 또한 이 교회의 중요한 사역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음악, 미술 분야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다양한 체험활동반을 만들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교회가 싼 가격에 체험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나자 적지 않은 비기독교인 부모들이 참여문의를 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참가자의 3분의 1정도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어린이들로 채워졌다. 이렇듯 교회가 어린이 친화적으로 사역방식을 바꾸자 4년 새 교회학교 학생수는 배로 늘어 200여명이 됐다.
무학교회는 토요학교로 지역 어린이에게 친근한 교회 이미지를 구축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2011년 ‘무학토요학교 레인보우’란 이름으로 개설된 토요학교는 무학오즈크레인즈 야구단, 오케스트라, 정철영어성경을 비롯한 7가지 강좌가 있으며 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다.
주로 오전에 시작하는 토요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를 위해 무학교회는 같은 시간대에 ‘좋은 부모 학교’를 개설했다. 토요학교를 마친 자녀와 함께 귀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자녀가 체험활동을 할 동안 부모는 교회에서 ‘어린이 성(性) 문제’ ‘게임 중독’ ‘자녀 성경적 비전 세우기’ 등의 주제로 토론 형식의 강의를 듣는다.
토요학교와 문화강좌로 지역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교회를 개방하자 무학교회를 찾는 어린이와 장년 성도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3년 전 900명이던 교회학교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해 현재 1200명으로 증가했다.
교육담당 김덕영 목사는 “지역에 생활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교회가 유익한 경험도 제공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돼 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들 사역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회학교 교사 훈련과 교회 지도자·부모 의식 개선이 관건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교회학교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선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전도에 관심을 갖고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정환 한국어린이전도협회 대표는 “어린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양질의 목회자와 교사 확보, 이들을 지원할 시스템이 절실하나 교회 지도자들의 관심이 적어 안타깝다”며 “젊은이 없는 유럽교회처럼 되지 않기 위해선 교회가 어린이 선교에 열심이 있는 이들을 발굴해 학교나 학원, 공부방 등 교회 밖에서도 복음을 전하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진하 교회교육훈련개발원 대표는 교회학교 교사의 체계적 훈련을 강조했다. 권 대표는 “교회학교가 부흥한 교회들의 공통점은 목회자가 어린이 사역에 관심이 지대할 뿐 아니라 잘 교육된 교사를 갖췄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교재를 외워 전달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은혜를 받고 나눠준다는 자세로 수업에 임하고, 영적 부모의 심정으로 기도하는 등 열정적으로 어린이를 돌볼 교사가 있다면 교회학교의 부흥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회학교의 부흥을 위해서는 부모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신앙 좋은 아이’가 꿈인 교회학교 학부모는 거의 없다. 이는 시험기간 2주 전부터 대거 어린이가 교회를 결석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신앙훈련과정을 잘 만들어도 부모가 보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회학교 학부모의 비전이 ‘예수 잘 믿는 것’으로 바뀌도록 교회가 부모부터 믿음 생활을 잘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