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돕자
입력 2013-05-03 18:58
바리바리 짐을 실은 차들이 우리 지역으로 넘어왔다. 운전석 앞 유리창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짐이 실렸다. 차 지붕에도 더 이상 실을 수 없을 만큼 실었다. 급커브를 만나면 차가 뒤집어질 듯 위태위태했다. 짐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는지 차 속도는 한없이 느렸다.
전쟁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피난민의 탈출 모습을 연상케 했다.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본 국민은 참담한 심경에 사로잡혔다. 제3자의 마음이 이토록 무거운데, 개성공단에 남아 있다가 마지못해 철수한 직원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이들은 인터뷰를 시도하는 언론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마구 쏟아냈다가 동티가 날 것을 염려한 듯했다.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처럼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입주기업의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조원으로 추산했지만 민간 연구소는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 인프라 건설비, 설비투자비, 생산 중단에 따른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합산한 수치다. 개성에만 공장이 있는 기업들의 남측 근로자 800여명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가 기민하게 나섰다. 조업 중단으로 어려움에 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에 3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기업별로 최대 10억원의 상한선을 두되 필요하면 상한선을 올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남북협력기금 경협 보험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는 2단계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첨예하게 대치한 남북한 사이에서 ‘옥동자’ 역할을 했다.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폐쇄 위기를 맞았지만 이대로 주저앉게 놔둘 수 없는 공단이다. 악조건을 뚫고 고군분투한 입주기업들의 고난에 동참해야 할 때다.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가 5일까지 1억원 이상을 모금해 입주기업들에 전달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교회의 구제활동이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 한국교회가 입주기업 돕기에 나선다면 이를 대내외에 알릴 필요가 있다. 특히 3대 권력 세습과 종교 탄압으로 고통받는 북녘 동포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이 변한다. 교회 지원을 받은 입주기업들이 나중에 다른 이들을 돕는다면 구제의 선순환도 이뤄질 것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