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오월은 푸르구나

입력 2013-05-03 17:47


올 봄은 참 힘겹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꽃샘추위가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령을 실망시킬 뻔했다. 그러나 창조의 섭리 가운데 숨어있는 봄의 생명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는 생명들을 깨워내고야 말았다. 생명을 죽음 가운데 가두어 두려는 겨울 세력이 물러가고 온 산하에 생명의 약동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인생의 축복인가. 꽃망울 뒷자리에 숨어 또다른 향연을 준비하던 푸른 싹들이 나무들에서 움터나 어느새 산하는 연푸른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 오월은 푸르구나!

음습한 겨울의 왕국에 갇혀 있는 우리를 봄의 향연 가운데로 초청하는 이가 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아가2:10∼14)

이처럼 아름다운 봄을 노래한 시를 읽은 적이 있는가. 노래중의 노래인 아가서에 1인칭으로 등장하는 하나님은 시인 중의 시인이시다. 읽고 또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은 이 시를 지으신 이가 지금도 살아 계시기 때문이다. 그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사신 분이시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이 우리를 찾아오신 계절도 봄이었다. 춥고 음습한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계절에 그분이 오신 것이다. 교회는 그 같은 봄에 시작된 공동체인 것이다. 부활생명으로 시작되고, 부활의 영이 강림하심으로 세계 가운데로 나아간 생명이 충만한 공동체이다. 영원한 푸르름과 생명의 원천인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류에게 새 생명, 기쁨, 소망을 선물한다. 아 오월은 푸르구나!

푸른 부활생명은 삭막한 인간 세상에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일까.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축제들이 줄지어 있다. 부활의 영은 은밀하고 위험한 바위틈에 숨어있는 어두운 구석을 밝힌다. 슬픔 가운데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어린이들에게 소망과 기쁨을 주고 새롭게 가정을 회복시킨다. 깨어진 인간관계를 복원시키고 가난, 배고픔, 목마름, 절망, 고독, 깨어진 사랑의 사막을 생수의 강이 흐르는 오아시스로 만든다.

푸른 오월은 그 가슴 한가운데 생수의 강을 품고 있다. 오월의 푸른 숲과 들판을 가로질러 생명수의 강이 힘차게 흐르고 흐른다. 풍성한 과일과 열매가 맺히는 가을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흐르게 할 것이다. 푸른 오월의 한가운데서 한국교회는 새 생명의 향연 가운데로 초청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있는가. 아니, 들을 수 있는 믿음의 귀와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가지고 있는가.

새롭게 돋아난 나무들의 연초록 새싹들과 해맑은 미소를 지닌 천진한 어린이들이 오버랩 되어 눈앞에 다가선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사랑하는 제자들이 천국에서 누가 크냐는 질문을 가지고 쟁론하는 것을 목도하시고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18:3)고 말씀 하셨다.

그날의 제자들의 모습이 한국교회와 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필자가 오월 향연의 주역들인 연초록 새 잎사귀를 품은 나무들 가운데서 어린이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린이들이 지니고 있는 천진성과 순수함만이 한국교회와 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린이의 천진성과 순진성을 상실해 버리고 너무도 타락하고 세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가진 거짓 없는 순수함과 천진성의 회복만이 한국교회를 개혁하고 새롭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창기 지녔던 첫사랑의 열정을 상실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순수함과 천진성까지 상실해 버렸다.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을 믿고 받들지 않으면 천국에 합당한 사람들이 될 수 없다는 주님의 경고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오월의 은총아래 어린이의 순수함과 천진성을 회복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 오월은 푸르구나!

<목포예원교회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