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차에서 젖먹이 키운 母女

입력 2013-05-03 00:16


생후 7개월밖에 안 된 젖먹이를 쓰레기로 가득한 승합차 안에서 개들과 함께 한 달간 지내게 한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일 유기견 6마리와 쓰레기 상자, 음식물 찌꺼기 등이 가득한 승합차에서 생후 7개월 된 유모양을 데리고 생활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유양의 외할머니 김모(56)씨와 지인 하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어머니 김모(2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유양을 더러운 환경의 차에 태운 채 생활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김씨는 유양을 낳은 후 동거남과 헤어져 생활이 어려워지자 딸을 외할머니에게 맡겼다. 하지만 외할머니 역시 일정한 거주지 없이 하씨의 승합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씨는 직업 없이 승려 행세를 하며 이 차를 집 삼아 살았고, 외할머니는 유양을 데리고 함께 그 차에서 지냈다.

제보를 통해 이를 알게 된 서울시아동보호센터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이 유양을 구출한 뒤 서울 장지동 견인차량보관소로 옮긴 하씨 승합차는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조수석 뒷좌석 유리창은 완전히 깨져 비닐봉투와 테이프로 덕지덕지 막아놓은 상태였다. 차 안에는 음료수 캔과 생수병, 비닐봉지, 음식찌꺼기 등이 가득했다. 쓰레기 사이로는 개들이 어슬렁거렸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개가 짖습니다.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유양이 생활했던 이 차에 개 6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유양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서울시아동보호센터로 옮겨졌다. 외할머니는 차에서 유양을 키우는 동안 물을 얻어와 목욕을 시키고 죽이나 우유를 먹이는 등 정상적으로 양육했다며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어머니 김씨는 한 달 전쯤에도 서울 상계동 보육원 앞에 딸을 두고 갔다가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된 적이 있다.

신상목 박은애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