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음악의 요람 ‘쉘부르’ 가수들 다시 뭉친다

입력 2013-05-02 22:33

1970년대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이던 음악감상실 ‘쉘부르’에서 활동한 가수들이 다시 한 무대에 오른다.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리는 ‘쉘부르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통해서다.

콘서트에 참가하는 가수들은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팝그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회견장엔 남성 듀오 ‘쉐그린’ 멤버 전언수와 이태원을 비롯해 채은옥 위일청 강승모 남궁옥분 양하영 등 가요사의 한 시절을 장식한 가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쉘부르란 곳이 당시 우리 대중문화에 획을 그은 사실을 지금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것” “통기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쉘부르를 통해 데뷔하고 싶어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쉘부르는 가요계 역사에 결코 빠뜨려선 안 되는 이름이다. 쉘부르는 MBC 라디오 PD 겸 DJ였던 이종환과 쉐그린이 주축이 돼 1973년 서울 종로2가에 문을 열었다. 당시 쉘부르에 가면 남성듀오 어니언스나 고(故) 김정호 등 지금은 전설이 된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6년 무교동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세시봉’보다 늦게 문을 열었지만 쉘부르를 거쳐 간 뮤지션 숫자는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쉘부르는 74년 지하철 공사 때문에 건물이 폐쇄됐지만 이듬해 명동으로 가게를 옮겨 명성을 이어갔다. 쉘부르의 ‘명동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로는 최성수 남궁옥분 신형원 양하영 등이 있다. 코미디언 주병진, 방송인 허참 등도 쉘부르의 일원이었다.

남궁옥분은 “젊은이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기타를 들고 쉘부르로 달려왔다”며 “쉘부르는 통기타 음악의 요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태원은 “지금은 춤만 잘 춰도 가수가 되지만 아날로그 시절 음악을 한 우린 기타를 못 치면 가수가 되지 못했다”며 “요즘 노래 잘하는 후배들보다 우리가 더 (음악적 역량이) 셀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공연은 이종환의 방송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종환은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콘서트엔 영상을 통해서만 등장한다. 남궁옥분은 “이종환 선배가 투병 중이어서 나서는 걸 꺼려 무대에 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방송인으로 50년을 보낸 건 기록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쉘부르 콘서트’를 이번 서울 공연을 포함해 국내 10개 도시와 미국 및 중국 등에서도 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공연 수익금 일부는 복지단체에 기부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