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수호천사’

입력 2013-05-02 19:08


광주시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조선여자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호천사가 되고 있다. 1944년과 이듬해 10대의 꽃다운 나이에 낯선 땅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도 모자라 성적 학대까지 당한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표 참조)

시 인권담당관실은 “지난해 5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과 인권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피해 할머니들을 돌보고 당시 피해상황 조사·연구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일제 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시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7월부터 피해 할머니 16명에게 생활보조비 30만원, 진료비 20만원 등을 매월 지급하고 장례비도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에 관한 역사적 자료 수집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상제작비 2000만원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 채록·구술집 발간비용 400만원을 지원했다.

광주시청에서 지난해 12월 제작 발표회를 가진 80분 분량 관련 다큐멘터리는 일본 정부와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올해는 근로정신대 할머니 후손들의 강제동원 현장답사비 400만원을 시 예산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시는 일본 재판소에 보관 중인 피해배상 재판 관련 문서들의 한글 번역작업에도 적절한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83) 할머니 등 원고 5명(피해자 6명)은 미쓰비시 중공업에 1인당 1억100만원씩 모두 6억6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손배소를 제기해 다음달 24일 광주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앞서 시는 일제강점기 여성인권 침해의 상징이 된 조선위안부들의 피해를 상기하는 ‘기림비’를 미국에 세워 일제만행을 규탄했다. 뉴욕주 낫소카운티와 지난해 6월 우호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기림비를 공동으로 제작해 설치했다. 기림비는 지난 1월 뉴욕주 의회(상원)가 ‘일본군 위안부는 범죄행위’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미국 주 의회 가운데 최초로 채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경률 시 인권담당관은 “근로정신대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은 민족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자료수집과 조사·연구, 재판문서 번역 등의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