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경기 침체” 주장에 韓銀 공개 반박

입력 2013-05-02 18:38

한국은행이 ‘경기 상황’을 놓고 공개적으로 기획재정부를 반박했다. 기재부는 경제성장률이 8개월 연속 0%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직도 ‘침체 상황’이라고 외친다. 반면 한은은 현재 경제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잠재성장률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니 시중에 돈을 풀어(기준금리를 내려) 거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은이 2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 4월호에는 박양수 조사국 계량모형부장 등 4명이 작성한 ‘국내총생산(GDP) 갭 추정의 불확실성과 통화정책’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우리 경제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3.3∼3.8%로 추정했다. 이어 연평균 3%대 성장률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전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게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의 이면에는 기재부에 대한 ‘항변’이 깔려 있다. 기재부는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면서 경제성장률이 8개월 연속 0%대라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여전히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이기 때문에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 수준이 저성장(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성장)은 아니라고 본다. 올 1분기 실질 GDP 성장률(0.9%)만큼 매 분기 0.8∼0.9% 성장률을 달성하면 올해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박 부장 등 저자 4명은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논문에 실린 잠재성장률 수치가 한은이 내부적으로 경기 판단이나 기준금리 수준을 정할 때 사용하는 근거 자료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논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박 부장은 “잠재성장력 강화를 위한 정책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몇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강조하는 행위는 경제주체의 심리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