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요즘 집권 여당 “콩가루 집안이냐”

입력 2013-05-02 18:33 수정 2013-05-02 17:32

최근 새누리당에선 선수(選數)와 당직 서열, 연령 등으로 형성된 위계질서를 허물어뜨리며 다툼이 속출하고 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장면 1. “니가 뭔데 사회를 보냐?” 최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도중 중진 C의원이 다른 중진인 L의원에게 반말투로 불만을 제기했다. 앞서 C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발언 중인 상황에서 자신보다 선수가 적은 L의원이 옆자리 의원과 대화를 나누자 “내가 발언 중이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당직을 맡고 있는 L의원이 묵살하고 의사 진행을 이어가려고 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고성을 터뜨린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한 당직자는 “(C의원이) ‘니’라며 반말로 윽박지르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면서 “C의원이 아무리 선배 의원이라고 해도 자신보다 고령인 L의원에게 막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평소 C의원이 폭력 성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도 반신반의했는데 이번에 직접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털어놨다.

#장면 2. 4·24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공천 여부를 놓고 일부 최고위원들과 서병수 사무총장 사이에 벌어졌던 ‘기(氣)싸움’도 예사롭지 않다.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이었던 서 총장은 ‘무공천’ 입장을 고수하며 반대 입장의 최고위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서 총장은 중재에 나선 황우여 대표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위원들과 맞붙어 그들을 꺾어 버렸다. 당 서열로 치면 최고위원들이 서 총장보다 앞선다. 황 대표 등이 서 총장 기세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서 총장이 황 대표와 의견 충돌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내에선 대선 직후부터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내년 지방선거 부산시장에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지역 활동을 해야 하는 서 총장이 총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황 대표에게 표명했지만 원내대표 경선 후까지 맡으라고 반대해 관계가 어긋났다는 관측이다.

#장면 3. 정치적 이해관계로 한솥밥을 먹던 사람과 등을 돌리는 사례도 있다. 최근 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한 남경필 의원은 지난해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였던 김기현 의원과 ‘결별’해야 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남 의원을 버리고 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비주류 결집을 도모하려 했던 남 의원으로선 주류 측에 우군을 빼앗긴 셈이다. 김 의원은 내년 울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1년 임기의 당직 선거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