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미수금 外 다른 협상 하고있나
입력 2013-05-02 18:30 수정 2013-05-02 22:22
남북간 개성공단 ‘미수금’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일 “현재 협상은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미지급된 3월 근로자 임금 약 800만 달러(약 89억원) 외에 소득세,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1000만 달러 선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은 미수금 지급의 반대급부로 공단 내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요구 중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 123개 입주기업의 임금·소득세 등에 대한 산출이 길어지고 있고,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측이 완제품 반출을 승인할 경우 일단 현지 체류 7명을 귀환시킨 뒤 별도의 차량을 북측에 보내서 갖고 내려오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남북간 미수금 협상은 사실상 ‘남북 당국자 실무회담’ 성격도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전반적인 운영과 정상화 등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1∼2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협상이 길어지면서 남북 모두 다른 안건을 놓고 협상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측에선 통일부 차관과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를 역임한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북측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나와 있지만 이금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이 평양과 개성을 오가며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최후통첩식 당국간 실무 회담을 제의하면서 홍 위원장과 이 총국장을 협상 대표로 못 박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남북 모두 미수금을 매개 고리로 이들 대화 전문가를 내세워 서로의 의중을 살피는 형국이 됐다.
북한도 미수금 협상이 시작된 이후 남측을 자극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미국이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파국에로 몰아넣은 실질적인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협상에 나서고 있는 ‘최후의 7인’이 귀환할 경우 개성공단은 가동 9년 만에 남측 인원 ‘제로’라는 초유의 잠정 폐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 경우 대화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남북 모두 최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막판 신경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단계로 총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피해가 발생한 입주기업에 63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을 금리 2% 수준으로 지원키로 했다.
또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을 금리 2% 수준으로 지원하는 한편 정책금융공사 중소기업간접대출(1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369억원) 등을 통한 지원도 실시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