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유나] 어른 무관심에 ‘입양정체’… 고통받는 아기들
입력 2013-05-02 18:17 수정 2013-05-02 22:31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그러나 입양 대기 중인 아기들은 일시보호소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갈수록 안쓰러운 시선을 받는다. 자라면 자랄수록 입양 후 적응이 어려워지는 이 아기들에게 법원의 입양 심사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은 ‘독’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월 10여 차례 기사를 통해 개정 입양특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른들의 법 때문에 아기들이 새 가정을 찾지 못하고 버려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당시 주무부처나 법원은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아직 시행 초기’라는 이유로 느긋해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났다. 법 개정 이후로 치면 8개월이 넘었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법원에는 여전히 입양 전담 인력이 없고, 판사마다 입양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정도가 달라 입양 성사가 ‘복불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기들은 생후 100일 전후로 입양되던 과거와 달리 일시보호소에서, 위탁가정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입양 의뢰 건수가 많게는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갓난아기 입양을 선호하는 탓에 아기들은 점점 입양될 기회를 잃고 있다. 입양되지 못하는 아기들은 보육원으로 가야 한다.
입양부모 자격 심사를 강화해 아기가 더 안전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토록 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 문제는 아기들이 보내는 시간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시간과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기들의 ‘찰나’는 신체 성장과 정서 발달을 좌우할 수 있다.
법원의 신중한 입양 심사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가사조사관조차 배정되지 않거나 심문기일이 취소돼 기약 없이 법원 통보만 기다려야 하는 등 아까운 시간이 흐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2일 이 문제를 지적한 국민일보 기사가 보도되자 보건복지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에 등장하는 입양기관이 대체 어디냐고 물었다. 지난 1월 보도 때도 취재에 응한 기관 ‘색출’에 나섰던 복지부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고통 받는 아기들의 현실보다 언론에 보도된 경위에 더 관심을 갖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른들이 만든 법 때문에, 어른들이 늘어놓은 변명 때문에 한 명의 아기라도 불행하다면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한 차례 버려져 상처를 안고 있는 아기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또 다른 사랑으로 품어줄 부모를 빨리 찾아주는 일이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