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인데도 적자 왜곡… 곪을대로 곪은 보훈병원

입력 2013-05-02 18:17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운영되는 보훈병원이 경영 성과를 왜곡하고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훈병원 관리 및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훈병원은 2006∼2011년 국가보훈처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을 이용해 취득한 자산 3598억원의 감가상각비 563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98억원 누적 흑자 상태였지만 317억원 적자가 난 것처럼 경영성과가 왜곡됐고, 보훈병원은 적자 보전을 위한 진료보상금 622억원을 더 챙겼다.

감사원은 “국고보조금으로 취득한 자산의 감가상각비는 실제 비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안 되지만 보건복지부 회계규칙이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복지부 장관에 대해 규칙 개정을 요구했다.

또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4개 보훈병원은 무자격 업체들과 연 20여억원 규모의 장례식장 운영 수의계약을 맺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 왔다. 현행 국가계약법령에 따르면 보훈공단·보훈병원은 상이군경 등 보훈 대상자 고용 창출을 위해 보훈처로부터 수익사업 승인을 받은 보훈단체에 한해서만 수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감사원은 보훈처장에게 보훈단체 수의계약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보훈공단이 2006∼2011년 미용 시술을 위한 광피부재생기 등 523억원 규모의 수익성 의료장비를 구체적 심의 기준 없이 구매해 평균 장비활용률이 예상 수치 대비 23∼2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