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반성하는 日국민… 국민 못따라가는 日정부
입력 2013-05-02 18:13
과거사 문제와 개헌론 등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자국민들 여론과 배치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두 개의 독자투고는 이런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 대사는 기고문을 보내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미 깊은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으며, 2차 세계대전 피해자들에게도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사사에 대사는 “일본 정부는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면서 “(과거사 규명을 위한) 노력은 역사학자나 지식인들의 성과를 통해 촉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혔다.
그의 글은 WP가 ‘역사 직면 장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한 반론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날 신문에는 사사에 대사의 글과 함께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거주하는 일본인 유키 헤닌저의 기고문도 함께 실렸다. 일본에서 나고 교육받은 6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우리는 일본이 원자폭탄 희생자라고만 배웠지 전쟁을 불러온 가해자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에서 한국인 중국인 필리핀인 네덜란드인 등을 만나며 세계가 일본이 저지른 행위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객관적으로 알게 됐다”며 “불행히도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반성을 꺼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일본은 세계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괴리감은 일본 내 개헌 논의에 있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한 우편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가 개헌 절차를 규정한 헌법 96조 개정에 반대했고 찬성은 38%에 불과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대해서도 “개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2%에 육박한 반면 “개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은 39%에 그쳤다.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