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놀림 받는 탈북어린이
입력 2013-05-02 18:06
이경아(가명·10)양은 2007년 9월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국경을 넘어 온 탈북소녀다. 이양은 울면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다. 또래 친구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라” “신고하겠다”며 자주 놀리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도 교회에서 춤을 배우고 있었는데 자기보다 어린 꼬마가 “집에 가라”며 이양을 몰아쳤다. “화가 나서 ‘메롱’하고 나와 버렸어요.” 이양의 입술은 곧 울음을 터트릴 듯 떨렸다. 친구들이 놀리면 대꾸하지 못하고 그냥 울어버릴 때도 많다고 했다. 아버지 이주명(가명·47)씨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훈계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양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반 친구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놀릴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오빠 이중민(가명·12)군은 동생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이군은 지난해 10월쯤 학교 청소시간에 친구가 대걸레로 자신의 바지에 물을 튀긴 얘기를 어렵게 꺼냈다. 시비가 붙었는데 친구는 “북한에서 온 주제에”라고 했다는 얘기를 했다. 이군은 다시 입을 닫았다.
남매는 지난 1일 경기도 과천의 놀이공원을 다녀왔다. 그 얘기를 꺼내자 남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국 초등학생 최지원(11)양과 최서윤(9)양도 함께 갔다. 두 남매에게 또래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한국 어린이들에게도 탈북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자는 취지로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양의 얼굴엔 놀이공원에서 그린 꽃 모양의 페이스페인팅이 그려져 있었고,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버지 이씨는 “경아가 사흘 전부터 놀이공원에 언제 가느냐고 재촉하더라”며 웃었다.
마포서 관계자는 “서윤이 어머니도 ‘탈북인을 직접 만나보니 선입견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며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