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마늘 먹이고 독방에 가두고… 무서운 아동시설
입력 2013-05-02 18:04 수정 2013-05-02 22:29
고아들을 돌보는 50년 전통의 양육시설에서 아이들에게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강제로 먹이고 독방에 감금하는 등 지속적인 학대가 벌어져온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2일 충북 제천시 J아동양육시설 원장과 교사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시설장 교체를 포함한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4∼18세 원생 52명은 관행적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원장 P씨(51·여)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직원들을 시켜 나무·플라스틱 막대기나 빗자루로 수시로 체벌케 했다. 벌칙으로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였다. 아이들은 밥을 늦게 먹거나 욕을 하다 적발되면 생마늘을 먹어야 했다. 한 아이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먹다 토하면 토한 마늘까지 다시 먹으라고 해 울면서 토한 걸 주워 먹었다”고 진술했다.
아이들을 일종의 독방인 ‘타임아웃방’에 방치하기도 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개월까지 이곳에 감금당한 아이들은 식사도 따로 하고 화장실 출입도 제한받았다. 인권위 조사관에게 “두려움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아이도 있었다.
인권위 현장조사 결과 3층 외진 곳에 있는 2평 남짓한 타임아웃방 내부엔 고장난 오븐과 잠긴 옷장, 부서진 선반과 걸레 등이 방치돼 있었다. 서랍 안에는 이곳에 머물렀던 아이들의 낙서가 빼곡했고, 생활에 대한 불만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시설은 ‘어른과의 언쟁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생활규정을 명시해 아이들을 통제하고 외출과 TV 시청도 제한했다. 온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겨울에도 찬물로 씻어야 했고, 식사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하기도 했다. “벌칙으로 식사 여섯 끼를 굶었다”거나 “밥을 늦게 먹었다고 냉동실에서 얼린 밥을 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생활태도를 등급으로 평가해 용돈을 빼앗고 남자 초등생활반에는 2년간 베개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부터 접수된 진정을 토대로 최근 3년간의 시설 운영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인권위는 “시설 책임자는 가혹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알고도 묵인했고, 제천시는 2010년 실태조사를 통해 이 시설의 인권침해를 일부 확인하고도 재발방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천시는 오히려 지난해에만 보조금 12억원을 이 시설에 지급했다.
J아동양육시설은 50년 전 미국인 여성 선교사(77)가 설립한 곳으로 대부분 버림받은 아이들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1200여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벽안의 어머니’로 불리던 설립자는 2001년부터 각종 봉사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23일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이 시설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상을 받을 때마다 “버려진 아이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소감을 밝혀 왔다.
벽안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모범 시설을 지역의 자랑으로 여기던 제천시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진(31·제천시 봉양읍)씨는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이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제천시 여성정책과 박상옥 주무관은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결과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제천=홍성헌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