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유가족’ 현주소는… 고달픈 홀사모들 생업이 우선, 27%가 무직

입력 2013-05-02 17:41 수정 2013-05-02 21:34


목회자 유가족 중에서도 ‘홀사모’는 늘 조심스럽다. 남편이 소천한 뒤에도 ‘사모’라는 직함이 여전히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직장을 갖거나 새 가정을 꾸리는 일도 일반인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가정의 달, 홀사모 가정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목사인 남편을 잃은 김영미(가명·58) 사모. 대학생 자녀 3명을 키우면서 지게 된 빚이 5000만원이 넘는다. 생활비와 대학 등록금이 없어 남편이 시무하던 교회에서 마련해준 집으로 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지만 빚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1년에 한두 차례 교회 성도들과 목회자로 활동 중인 남편의 신학대 동기 목사들이 약간의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김 사모와 같은 홀사모 가정의 열악한 생활상은 공식적인 통계로도 드러난다. 예장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산하 목회자유가족협의회(목유협·회장 양순희)는 2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목회자 유가족 실태 보고 및 이사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목유협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교단 소속 홀사모 1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홀사모와 이들 자녀의 평균 연령은 각각 56세, 25.8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홀사모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8%는 전·월세 등 임대주택, 또는 자녀·친지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소유의 집이 있는 가정은 24.8%에 그쳤다.

무응답 비율이 26.4%에 달하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직접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한 신혜영 목유협 사무국장은 “적지 않은 유가족들이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린다”면서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유가족들이 답변을 거부해 ‘기타’ 항목에 포함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홀사모의 이같은 심리적 성향은 회원수 현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예장통합 목유협 회원은 공식적으로 125명이지만 가입하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300∼400명에 달할 것으로 목유협 측은 파악하고 있다.

홀사모 가정은 생계유지와 자녀 양육을 위해 생업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4명 중 1명 정도(25.6%)는 남편의 뒤를 이어 목회활동(목사·전도사·신학생)을 하거나 준비 중이다. 이밖에 식당 보조나 파출부 등 단순노무직이 11.2%, 간호조무사나 영양사,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도 7.2%에 달했다. 가장 많은 것은 무직으로 27.2%였다. 신 사무국장은 “홀사모들은 젊은 시절부터 남편의 목회를 내조하다가 갑작스럽게 홀로 된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통합총회 사회봉사부는 목유협 이사회 조직을 계기로 홀사모 가정의 자활사업 등 지원에 체계적으로 나서는 한편 유자녀 장학금 지원과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내 홀사모 가정을 돕는 ‘목회자 유가족 돕기 사랑나눔운동본부’는 기감에서 70세가 넘어서 돌아가신 목회자의 가정이 204곳, 70세 미만의 경우가 180가정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를 이끄는 김진호 전 기감 감독회장은 “목회자 남편이 40∼50대일 때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게 된 사모의 삶이 가장 어렵다”면서 “한국교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홀사모 가정을 돌보는 일에 각 교단과 교회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매년 2월과 8월 홀사모 가정 자녀들에게 장학금(대학생 200만원, 고등학생 1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글·사진=박재찬 천지우 기자 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