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도영] 강력통 검사의 부활

입력 2013-05-02 19:06


영화 속 검사는 대개 강력부 검사다.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조범석(곽도원) 검사, ‘공공의 적 2’의 강철중(설경구) 검사, ‘넘버3’의 마동팔(최민식) 검사 모두 강력부 검사다. 영화 속 다른 검사들도 많은데, 강력부 검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약간 다혈질이고, 조직폭력배들과의 주먹다툼도 불사하는 저돌성과 단순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미지다. 검사지만 검사답지 않은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생각도 든다.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두 부류의 강력 범죄를 주로 다루는 검찰 강력부는 1990년 5월 만들어졌다. 1989년 신설됐던 조직폭력배 전담부서인 서울지검 민생특수부가 전신이다. 검찰 강력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주목받았다.

언론은 검사들을 ‘주특기’에 따라 특수통 공안통 기획통 등으로 분류한다. 특수통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 재벌 등을 주로 수사하고 공안통은 국가보안법 사건, 선거법, 노동 문제 등을 다룬다. 기획통은 법무부 등 행정업무에 밝은 이들이다. 한동안 강력통이라는 말은 언론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력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검사들은 특수부로 자리를 옮겼다.

강력통 검사들은 “강력부가 특수부 수습부서냐”며 자조했다. 강력통 검사 대신 특수통이라는 단어가 선호됐다. 검찰 간부는 “따지고 보면 특수통으로 꼽히는 분들도 강력부 검사로 수사에 이름을 날린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강력부로 명성을 쌓은 특수통 검사로 불린다.

강력부의 분위기가 박근혜 정부 들어 조금 달라졌다. 강력통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면서다. 부산지검 강력부장,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조사부장(현 강력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 부장 등을 거친 정통 강력 검사다. 자연스럽게 ‘강력통 출신’이라는 표현도 언론에 등장했다.

검사들은 강력통 검사들의 계보를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 김홍일 전 중수부장,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 조영곤 지검장 등으로 꼽는다. 현직 부장급으로는 윤재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2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피의자 폭행사망 사건의 여파로 인기도 떨어지고, 부서의 존립마저 논의됐던 강력부가 요즘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강력부를 지망하는 젊은 검사들도 늘었다고 한다. 지방에 근무하는 미혼의 여검사는 ‘강력부를 보내주면 해외연수를 가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혀 검찰 내에서 화제가 됐다.

조폭 수사 10년 주기설이 있다. 시작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벌어졌던 범죄와의 전쟁이다. 당시 1만7000여명의 조직폭력배들이 ‘전쟁’ 중에 구속됐다. 2003년에도 서울지검 강력부를 중심으로 검경이 합동단속반을 설치하고 조폭과의 2차 전쟁을 벌였다. 전쟁을 지휘했던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김홍일 전 중수부장이다. 검찰 간부는 “10년이면 실형을 살았던 조폭들이 모두 출소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이라고 10년 주기설을 설명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이 간부는 “다시 시작할 때가 됐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아직 나쁜 놈(조폭)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검찰에는 온갖 악재들이 터졌고, 검사들은 “얼굴을 들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강력부 검사의 우직하고 때로는 단순한 그런 이미지가 검찰에 필요한 때다. 강력부의 선전을 기대한다.

남도영 사회부 차장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