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AT 돌연 취소, 거듭되는 국제 망신
입력 2013-05-02 19:02
미국 대학입학자격고사(SAT)를 둘러싼 부정이 SAT 한국시험의 첫 취소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국격에 먹칠을 했다. 국제적 망신도 문제지만, 선의의 피해를 본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만큼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SAT 주관사인 미국 칼리지보드는 5일로 예정된 SAT 한국시험을 전격 취소하면서 이유로 한국 학원에서 빈발하는 SAT 시험문제 유출 사고를 들었다고 한다. 실제 2007년엔 태국에서 먼저 시험을 치른 뒤 한국에 문제를 전송하는 ‘시차 커닝’으로 한국 수험생 900여명의 성적이 취소됐는가 하면 2010년 경찰이 SAT 문제 유출 의혹에 수사를 벌였고 지난 2월 동남아에서 문제를 미리 빼낸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어학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를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SAT 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고 있어 시험지 외부 유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 유출이 되풀이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득점을 받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성적 지상주의’에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학원들이 가세한 결과이다. 높은 점수를 위해 국제적인 부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한국 사교육계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커닝’ 때문에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해 온 성실한 응시자들은 예기치 못한 낭패를 당하게 됐다. 미국 대학들이 한국 학생을 선발할 때 색안경을 쓰고 볼 경우 정당하게 점수를 받은 학생들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국가 이미지도 크게 실추될 게 뻔하다. 이미 시험지 빼돌리기, 대리 응시, 성적표 위조 등으로 ‘요주의 국가’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은 불법 행위에 무감각하고 부정행위가 만연한 나라로 내비칠 수 있다.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국격과 신뢰도는 떨어뜨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다. ‘시험지 도둑질’ 행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부정 관련자들을 샅샅이 찾아내 뿌리 뽑아야 한다. 관련 학원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학생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사회기강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