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에머리히 감독 “이번에도 미국 백악관 공격”

입력 2013-05-02 17:36 수정 2013-05-02 17:45


롤랜드 에머리히(58) 감독. 그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등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백악관을 무너뜨렸다. 그는 왜 작품마다 백악관을 공격하는 걸까.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은 200년 동안 희망과 민주주의를 상징해온 곳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엔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았다. 하하.”

백악관이 예상치 못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고 미국 대통령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개봉을 앞두고 에머리히 감독이 방한했다. 그는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신작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독일 출신의 에머리히 감독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의 1인자로 불린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인디펜던스 데이’(1996), 빙하기를 그린 ‘투모로우’(2004), 인류 멸망을 주제로 한 ‘2012’(2009). 다양한 소재의 재난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그가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그의 한국 방문은 영화 ‘2012’를 홍보하러 온 2009년 이후 두 번째.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6월 2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채닝 테이텀, 제이미 폭스 주연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자연재해가 아닌 무차별 테러라는 새로운 재난을 다룬 작품이다.

에머리히 감독은 “또 백악관을 무너뜨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그동안 내가 읽은 대본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와 쥐처럼 서로 쫓고 쫓기는 액션에 미국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다뤘다. 거대한 스케일은 물론이고 이야기와 인물에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대통령은 흑인.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감독의 허심탄회한 답변이 이어졌다. “대통령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연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그대로 흉내 내고 싶진 않다고 했다. 폭스는 오바마의 친한 친구다. 사실 이 영화는 오바마가 재선되기 전에 촬영했고, 나는 대통령을 흑인으로 설정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솔직히 백인 대통령이 됐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오바마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 이 영화에서는 지금 미국이 깊이 분열돼 있고, 이 분열이 계속되면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가족애와 애국심이다. “모든 사람이 아버지이거나 어머니이거나 자식이다. 애국심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내 영화가 너무 애국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평범한 사람들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선(善)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