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찬의 ‘풀빵이 어때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입력 2013-05-02 17:10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타꼬야끼’. 삶은 문어를 잘게 썰어 밀가루 반죽을 입힌 뒤 탁구공만 한 크기로 구워낸 요깃거리이다. 이 타꼬야끼가 소설 속으로 들어왔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김학찬(30·사진)의 ‘풀빵이 어때서?’(창비)가 그것.
“요즘 세상에 가업을 물려받는 일은 흔치 않다. 아버지가 무슨 회장님쯤 된다면 모를까. 가업이란 아무나 이을 수 없는 귀하디귀한 것이다. 어디 가서 ‘가업을 물려받을 계획이야’라고 말하면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7쪽)
소개팅에서 상대방 여자에게 가업 잇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과장되게 늘어놓는 주인공은 “저, 하시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혹시 타꼬야끼라고 들어보셨나요?”라고 반문한다.
그가 잇는다는 ‘가업’은 다름 아닌 풀빵 장사다. 아버지는 평생 붕어빵만을 구워온 붕어빵 명인이고, 그 역시 대를 이어 붕어빵 굽는 걸 천직으로 생각해왔다. 군에 입대한 후 고문관으로 찍힌 나머지 전투복을 입은 채 줄기차게 붕어빵만 굽게 된 그는 제대 직후 지긋지긋한 붕어빵에 이별을 고하고 타꼬야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 순간부터 부자(父子)의 불화는 시작된다. 아버지는 타꼬야끼를 굽겠다는 아들을 인정하지 않고 아들은 붕어빵만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다. 붕어빵이라는 고전적인 음식과 새로이 수입돼온 타꼬야끼라는 음식의 대립은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들아, 붕어빵은 여전히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와 붕어빵은 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어.”(34쪽)라거나 “타꼬야끼는 잠깐 부는 바람 같은 것. 너는 붕어빵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아비는 널 믿는다”(67쪽)라는 대목이 그것.
하지만 부자 간 갈등은 주인공이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날도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네 엄마가 잠깐 너를 맡겨두고 갔다. 네 엄마 얼굴은 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시장 나왔다 잠시 애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125쪽)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일련의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청년 백수가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 붕어빵이면 어떻고 타꼬야끼면 어떠랴. 여기서 팁 하나. 여섯 알의 타꼬야끼 맛이 모두 같다면 그 타꼬야끼는 평범한 타꼬야끼라는 것. 같은 모양의 빵틀에서 구워졌다고 해서 같은 맛은 아니라는 것. 그걸 알아차리는 게 풀빵 애호가의 진정한 입맛이리라.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