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흔한 물건에서 철학을 읽어내다

입력 2013-05-02 17:16


철학자의 사물들/장석주(동녘·1만5000원)

“나는 휴대전화가 내 사생활에 불쑥 끼어드는 이 불시 침범이 끔찍하다. 휴대전화는 생각을 끊고, 일을 중단시키고, 생활의 질서를 헤쳐 놓는다.”(‘휴대전화’ 중)

장석주 시인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서른 개의 물건에서 철학의 흔적을 읽어낸다. 이를테면 휴대전화에 영혼마저 저당 잡힌 듯한 현대인의 맹종의식이 그것. 우리는 모두 휴대전화의 폐해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없애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타자들과 세계, 즉 ‘일’의 세계와 연결되기 때문인데 휴대전화 사용자는 그것의 미적·윤리적 실존을 넘어 종교적 실존으로까지 휴대전화를 맹신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의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가한다. “스마트폰 쓰기를 거부할 때 나는 진화되는 것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무엇이겠는가. 자가 진화의 길을 가는 생물이다. 나는 구식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장석주는 서문에 “사물은 보이지 않는 깊이가 아니라 그 표면으로 말하니, 사물의 표면이 말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라. 깊이라는 잣대로 사물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나는 사물들을 오래 유심히 바라보고 사유하며 그것이 철학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