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名匠들의 ‘명품 봉사활동’… 섬마을 찾아 車 고쳐주고 집 도배하고
입력 2013-05-01 22:10
지난 30일 우리나라 1호 자동차정비 명장(名匠)인 박병일(56) 명장은 인천 마이스터연합회 회원 120명과 함께 인천 자월도를 찾았다. 연안부두에서 1시간여 배를 타고 들어가니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은 자월도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을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은 선착장까지 마중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박 명장과 연합회 회원들은 벌써 6년째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도서지역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자동차정비, 도배, 미용, 제빵, 화훼 등 분야도 다양하다.
“차가 퍼져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같이 좀 가주세요.” 박 명장이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임장숙(56·여)씨가 응급환자라도 생긴 듯 급박하게 박 명장의 손을 잡아끌었다. 박 명장은 한달음에 임씨를 따라나섰다. 임씨의 차는 동네 이장집 앞에 3일째 세워져 있었다. 박 명장은 신속하게 차의 상태를 살피고 부품을 교환했다. 이어 몇 차례 시도를 하며 시동을 걸었지만 덜컥덜컥 소리만 낼 뿐 엔진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부르릉’ 소리를 내며 엔진이 움직이자 주위에 있던 일동은 “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임씨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여기 카센터도 없고 며칠째 퍼져 있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정말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 명장은 현대모비스에서 부품 후원을 받아 차량 40여대를 수리했다.
임충휴(65) 나전칠기 명인은 ‘도배공’으로 변신했다. 강성웅(65)씨 집 도배에 나선 임 명장은 전문 여성 도배사 네 명 사이에서 ‘명장’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대신 ‘초보 도배공’의 모습이 묻어났다. 일이 서툰 임 명장을 향해 전문 도배사들은 “명장님, 잘 좀 잡아봐요. 꼭 잡아요”라며 타박했다. 임 명장은 “오늘 처음 해봐서 그래요. 아이고, 고개 떨어집니다”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배가 끝난 뒤 집주인 강씨는 “집이 환해졌네. 다들 고마워요”라며 만족해했다.
자월1리 경로당에 차려진 임시 미용실에도 손님(?)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미용사들은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위해 롤을 마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특유의 입담으로 머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마음을 썼다.
인천시 부평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영금(54·여)씨는 젖은 머리를 하고 밖에 나가려는 장길녀(82) 할머니를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말려줬다. 깔끔하게 손질까지 마치고 나서야 “감기 걸리면 큰일이니 말리고 가셔야죠”라며 문밖까지 나와 할머니를 배웅했다. 장 할머니는 “수고 많이 했는데 줄 건 없고 요 앞에서 쑥이라도 좀 뜯어서 가”라고 인사를 건네며 집으로 돌아갔다. 박 명장은 “우리가 가진 기술, 손끝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유나 박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