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걱정서 해방… 美 여성들을 위한 콘퍼런스 각광

입력 2013-05-01 22:10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사는 린다 라비노비치(37)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요가저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열두 살과 열 살짜리 아들이 있는 가정주부로서 하루라도 집을 비우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큰맘 먹고 결심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가 수업을 받고 있던 터라 필요한 콘퍼런스이긴 하지만 목적은 따로 있다. ‘합법적인 비즈니스 여행’을 통해 가정을 떠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남편처럼 ‘출장’을 통해서 말이다.

라비노비치는 뉴욕 콘퍼런스에서 하룻밤을 머물렀고 아이들은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다. 2000명이 모인 가운데 유명 요가 강사에게 강의를 들었고 자신처럼 요가 강사를 꿈꾸는 동료들을 만났다. 새로 사귄 친구와 함께 시내를 돌며 와인도 한잔 했다. 요가 전문잡지인 요가저널의 엘레나 마갈 행사 책임자는 “결혼해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집을 떠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행사”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아이 걱정에서 해방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콘퍼런스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허(BlogHer)’는 8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300명가량이 모인 첫 콘퍼런스를 열었다. 가정에서 혼자 있는 고립감에서 해방시키고 온라인에서 맺어진 인연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내려는 목적이었다. 호텔 숙박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도 참가비가 199∼1100달러(약 20만∼120만원)에 이르지만 올해는 5000명이 모이는 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참가자들은 블로그 활동을 통해 돈버는 법을 배우고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좋은 사진 올리는 법도 배운다. 하지만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 학교 보내는 것도 잊을 수 있고,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TV 리모컨을 독차지해 교육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호텔 미니바를 텅 비게 만드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콘퍼런스는 회사 수익과도 직결된다. 18년 전 처음 시작된 요가저널 콘퍼런스는 참석자가 매년 늘면서 올해는 뉴욕을 비롯해 4곳에서 개최되고 내년에는 5곳으로 늘어난다. 요가저널은 전체 수익 가운데 40%가량을 이 콘퍼런스를 통해 얻고 있다.

또 다른 여성 블로거들을 위한 콘퍼런스인 ‘맘 2.0 서밋’은 주부 블로거와 기업들을 직접 연결시키면서 수익도 챙기고 있다. 올해 도브를 비롯해 혼다, 스타벅스 등 25개 브랜드들이 스폰서로 나서 최소 1만 달러씩 후원하기로 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