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대신 무명 담금질 뚝심 통했다… 도르트문트, 레알 잡고 결승진출
입력 2013-05-01 19:10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16년 만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도르트문트는 대회 4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잡고 2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단판 승부)에 선착했다.
◇16년 만의 정상 도전=도르트문트는 1일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대회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대 2로 패배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열린 1차전에서 4대 1 승리를 거둬 1, 2차전 통합 4대 3으로 앞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제 도르트문트는 16년 전의 영광을 떠올리고 있다. 1996∼1997 시즌 도르트문트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왕좌에 올랐다. 1992년 유로피언컵이 챔피언스리그로 바뀐 후 분데스리가에서 처음 나온 경사였다.
1997년 5월 28일 뮌헨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결승전 상대는 4강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누른 유벤투스(이탈리아)였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유벤투스는 ‘세기의 스타’ 지네딘 지단, 크리스티안 비에리,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을 앞세워 2연패를 노렸다. 도르트문트는 칼 하인츠 리들레(2골)와 라스 리켄(1골)의 활약을 앞세워 3대 1로 승리를 거뒀다.
◇쇠퇴 그리고 부활=도르트문트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은 스쿼드 쇄신에 나섰으나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스테판 프로인트, 스테판 로이터 등 주축 선수들도 구단과의 불화로 팀을 떠났다. 도르트문트는 마티아스 잠머 감독 체제였던 2001∼200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과 UEFA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회생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엔 재정 악화에 발목을 잡혔다. 좋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팀은 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쇠퇴하던 도르트문트는 2008년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클롭 감독은 특정 스타에 의존하는 대신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을 적극 발굴했고 무명의 신인들을 키웠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이적한 카가와 신지가 대표적이다. 지금 도르트문트가 자랑하는 막강 전력은 클롭 감독이 장기적으로 세운 쇄신 플랜의 결과다.
◇승승장구 비결은 ‘역압박 플레이’=도르트문트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역압박 플레이’에 능하다. 역압박 플레이는 공격이 실패하거나 상대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공을 내줬을 때 물러서거나 조직을 재편성하는 게 아니라 바로 공을 잡아내기 위해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는 스페인 대표팀과 FC 바르셀로나가 잘하는 플레이다.
도르트문트의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는 “현대 축구에서는 수비수든 스트라이커든 모두 달리며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압박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상대의 페널티지역 근처 위험지역에서 공을 따내곤 한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역압박 플레이에 대해 “최단 경로의 수비 방식”이라며 “반응을 높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공을 빼앗긴 후에는 바로 공을 따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식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힘의 독일 축구에 ‘역압박 플레이’를 접목한 도르트문트는 이제 분데스리가를 넘어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도약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