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대 잡으려다 미래 산업 망치는 일은 없어야

입력 2013-05-01 19:12


최근 천연물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천연물의약품 검사결과, 일부 제품서 의약품에선 검출돼서 안되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천연물의약품에 유해물질이 일부 검출된 것과 관련 모니터링한 2개 성분의 검출량에 대해 위해평가 및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검토한 결과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름알데히드가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의 노출량(0.0263㎎)을 WHO에서 정한 1일 섭취 한계량(성인기준 9㎎)과 비교했을 때 0.29% 수준으로, 매일 1368캡슐을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며, 벤조피렌의 경우 최대 검출된 제품의 노출량(0.01639㎍)을 WHO에서 정한 최대무독성용량(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최대량)에 상응하는 값(성인기준 6㎎)과 비교 시 37만분의1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협회는 곧바로 천연물 신약의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제품 회수, 허가취소 등을 요구하면서 사안을 키웠다. 지난 1월에도 한의사 7000여명이 서울역에 모여 시위를 벌이며 “천연물 신약은 한약을 캡슐에 담은 것일 뿐 양약이 아니다”라며 천연물신약 정책을 백지화 하라고 요구했다.

천연물 신약은 정말 한의협 주장대로 엉터리 약일까?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2조에 의하면 천연물 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 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천연물 신약은 안전성, 유효성, 임상시험 등 약품의 필수 과학적 절차를 거쳐 만든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효능이 약리학적으로 인정받은 약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효 성분을 개발하는 천연물 신약과 한약은 근간이 되는 약리학적 이론이 다르다. 천연식물, 한약재의 성분을 이용했지만 약리학적으로 인정받은 약물이기에 법에 근거해 의사 처방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탁솔(항암제), 타미플루(조류독감치료제) 등이 대표적 천연식물에서 유래한 약물이며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7개가 개발됐고 앞으로 더 나올 전망이다. 이들 약물의 원재료는 여러 국가에서 민간요법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정제된 약물로 만들어져 현대의학에서 사용된다.

즉 천연물 신약은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된 새로운 약물이다. 이런 과정을 국가가 보증하며 제도권 의학으로 들어온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부작용이 적은 대신 엄격한 품질관리로 효능을 높인 천연물 신약들이 활성화 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도움 되는 일이며 권장해야 마땅하다.

현재 전 세계 제약업체들은 천연물 신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든 국내 제약회사들의 시장선점 기대감도 크다. 천연물 신약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아직 대세까지는 아니라 해도 2020년 세계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 신약은 7개다.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에서의 개발도 활발하다. 향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정부도 팔을 걷어부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연물신약을 미래산업 선도기술 중 하나로 채택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천연물 신약연구개발 촉진계획을 수립했다. 국내 천연물 연구분야를 세계 3위에 진입시키고 글로벌 천연물 신약 2종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물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 현재까지 천연물의약품에서 이뤄낸 성과는 향후 세계 시장 진출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처럼 천연물의약품은 침체된 국내 제약업계에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속담처럼 안전성이 검증된 천연물의약품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모적인 논란은 중단돼야 할 것이다.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前 대한약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