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신약’ 한의약 경쟁력 기반 16조원대 글로벌 시장 도전장
입력 2013-05-01 19:11
목련, 은행, 당귀, 오가피, 산수유, 약쑥, 부채마 등은 의학적으로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천연물 신약의 원료가 된다는 점이다. 최근 침체된 제약업계에 천연생물을 활용한 ‘천연물 신약’ 개발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약리 활성 물질을 이용하면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에 비해 개발기간과 개발비를 줄일 수 있는데다 약효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은 고부가가치 신약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다양한 식물을 연구,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국내 제약업계 또한 천연물 신약 개발에 매진해 스티렌(동아제약), 조인스(SK케미칼) 같은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천연물 신약’ 국내 제약사 글로벌 제약시장 도전 첨병= 최근에는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의 지원 하에 제약기업과 연구소, 대학들의 협력 체계가 구축된 천연물신약 사업단이 설립됐다.
천연물신약사업단은 총 3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돼 글로벌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먼저 미국 진출 과제로 최근 4월에 동아ST ‘DA-9801’(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이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임상 2상을 승인 받으며 우수한 R&D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같은 달 영진약품의 COPD(만성폐색성폐질환) 치료제 또한 미국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유럽 진출 과제에서는 녹십자(항암보조제)가 2013년 9월 독일에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며 SK케미칼(천식)은 임상 1상 승인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 진출 과제에서 동아ST의 모티리톤(기능성소화불량증치료제)과 안국약품의 시네츄라(급만성기관지염)는 중국 가교임상을 신청해 놓은 상태로 승인 즉시 가교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천연물 신약이 개발된다면 국내 제약업계 천연물 신약의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암,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 난치성 질환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성 난치성 질환은 그 원인과 증상이 다양해 한 가지 증상만을 타깃으로 하는 의약품은 치료효능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장기 복용이 필요해 부작용이나 독성이 심한 의약품은 사용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천연물의약품은 다양한 성분의 혼합물로 여러 타깃에 동시에 작용해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또한 기존 합성의약품에 비해 독성이 적어 장기 복용에 유리하다.
◇전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16조원…국내 개발 성공 천연물 신약 7개= 전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16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전문의약품이 12조원 이상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 평균 30% 이상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천연물 신약 1, 2호인 Veregen(생식기사마귀치료제, 녹차잎)과 Fulyzaq(AIDS에서의 설사, 고무추출물)은 각각 연매출 1700만 달러, 1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여러 국가에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20개의 후보물질이 임상 2상 진행 중이며 17개의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 오랜 기간 축적된 천연물 사용 지식을 가지고 있다. 스티렌, 조인스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천연물 신약은 7개로, 재정적 지원과 역량 결집이 이루어진다면 천연물 신약 개발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생약관리, 품질관리, 제조관리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 각 분야별 전문 연구기관, 대학을 활용한 천연물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반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은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사업으로 전기자동차, 고효율 박막 태양전지 등과 함께 천연물 신약을 선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2020년 경 10조원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연물신약사업단 손미원 단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의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도 잘 구축돼있다”며 “전통 한의약을 토대로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선점해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