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회사채 만기도래까지… 엎친데 덮친 해운업계

입력 2013-05-01 19:01 수정 2013-05-01 22:33


지독한 업황 부진에 신음하는 해운업계에 한층 높아진 ‘유동성 위기’가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대규모로 돌아오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STX그룹은 올해에만 1조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금융 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X그룹 8개 계열사의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총 1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팬오션의 만기도래액은 6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온다. STX조선해양은 4일과 7일 각각 100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지주사인 STX는 14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STX그룹은 내년에도 상반기 9100억원, 하반기 4200억원의 만기도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규모로는 STX팬오션이 55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STX 600억원, STX조선해양 2800억원, STX솔라 700억원, STX에너지 1000억원, STX엔진 2000억원, STX중공업 700억원 등이다. 2015년에도 9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기다린다.

조선·해운업이 주력인 STX그룹에 이어 해운사인 현대상선도 유상증자, 회사채 추가 발행설에 시달리고 있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수익성 개선은 신통치 않은데 이달 중에 만기를 맞는 회사채 규모만 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30일 유상증자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현재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KB금융지주 보통주식을 담보로 1304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해 유동성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은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에 대해 신용위험 평가에 나섰다. 세부 평가 대상 기업을 다음달 중으로 선정한 뒤 7월쯤 워크아웃(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할지, 퇴출할지를 가릴 방침이다.

지난해 신용위험 평가에서 채권단은 건설사, 조선사, 반도체 업체, 디스플레이 업체 등 36곳을 C등급과 D등급으로 분류했다. C등급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D등급은 채권단 지원을 받지 못해 대부분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 C∼D등급을 받게 될 대기업의 숫자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