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빈 라덴… 살아있는 ‘빈라데니즘’
입력 2013-05-01 19:00
2011년 5월 1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후 2년이 흐른 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빈라덴 사망과 함께 그가 이끌던 알카에다의 핵심 지도자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무인기)에 의해 괴멸됐다. 하지만 CNN은 빈라덴이 미국을 공격하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빈라데니즘’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라데니즘은 지하디스트(이슬람전사)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을 일으킨 차르네예프 형제들을 키워냈다. 알카에다의 영문 잡지 ‘인스파이어’는 서방 세계를 공격할 폭탄제조법을 가르쳤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선동을 통해 수많은 무장 세력을 양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장 단체는 시리아에서 반정부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 누스라 전선’이다. 알 누스라는 알카에다가 이라크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이라크 수니파 지역을 지배할 당시 탈레반식 강압 통치로 인해 큰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쫓겨났다. 하지만 알 누스라는 알카에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시리아의 피폐한 민중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면서 시리아 유전 지역의 일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알 누스라가 알카에다의 실패를 발전적으로 계승했다면 보스턴 테러는 빈라덴의 죽음이 결코 ‘이념’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빈라덴이 사망한 지 1년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알카에다에 우호적인 여론은 파키스탄 13%, 요르단 15%, 이집트 21%였다. 물론 비우호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알카에다와 그의 추종세력들이 저지른 테러로 인해 수많은 무슬림 민간인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NN은 “빈라데니즘은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수 무슬림에게 전승되고 계속해서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