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어쩌나”… 美, 군사개입 딜레마
입력 2013-05-01 19:00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이 난관에 부닥쳤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헤즈볼라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수호를 다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리아나 이집트 문제를 놓고는 아랍 동맹국인 터키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분열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 그동안 취해온 입장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만 해오던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군사개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문제를 방과하지 않을 것이며 동원 가능한 방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동원 가능한 방안’을 군사적 개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국방부 정책입안자에게 시리아에 대한 추가 대응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수주 안에 미국이 대전차 공격무기를 비롯해 지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된 치명적인 공격무기를 반군에 지원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1일 보도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겨냥해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의회 일부에서도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군사개입과 반군의 무장지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와 CBS가 30일 성인 96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 미국이 움직여야 할 책임이 없다고 한 응답자가 62%에 달할 정도로 군사개입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시아파 계열의 이슬람 최대 무장투쟁단체 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내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점도 부담스럽다.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30일 “시리아의 진정한 친구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멸망시키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에 있는 사이다 제이나브 사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결성된 단체로 6000명에 달하는 정예병력과 강력한 미사일까지 보유해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특히 아랍동맹국 간의 이견도 미국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터키, 사우디 등은 시리아 문제에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카타르는 사우디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 문제 해법을 놓고도 카타르는 8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반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지원에 미온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국가로부터 단일 목소리를 기대하는 미국이 심지어 자기들끼리 헐뜯는 모습을 보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