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평양서 김정일 만났던 朴, 남북 대화 중요성 잘 알아
입력 2013-05-01 18:51 수정 2013-05-01 22:20
위태로운 개성공단은 어떻게 될까. 일각에선 근로자 귀환에 이은 단전·단수로 실제 폐쇄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남북 모두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여전히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통일부는 1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선 북한이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는 길밖에 없다”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우리 정부가 제의했던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전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대화 노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어느 누구보다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취임 전 북한을 방문해 최고지도자를 만났다. 2002년 5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대면했다. 특히 두 사람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합의했던 7·4 남북공동성명의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따라서 대화가 이뤄지면 개성공단 문제, 더 나아가 한반도 긴장 상황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개성공단 폐쇄의 전 단계 조치로 여겨지는 단전·단수 논란과 관련해 “급수와 송전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개성공단 폐쇄를 바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대남 압박을 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은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역도’라고 부르던 이전 정부 때와는 다른 접근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을 여러 차례 ‘청와대 안방마님’이라고 칭하고 있다. 딱 한 번 실명을 거론했던 지난달 1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기자 문답에서도 ‘박근혜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또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경제·체육시설 시찰에 집중하는 것도 ‘파국은 막자’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달 27일 종합주민편의시설인 해당화관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군 간부들은 모두 군복을 벗고 인민복을 입고 있었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남겨진 우리 측 ‘최후의 7인’ 역할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미수금’ 명목이지만 남북 당국 실무자 간 첫 대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 중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 위원장은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2006년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를 맡았을 정도로 남북 대화 전문가다. 대화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수금 외에 다른 의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홍 위원장은 남북대화의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유능한 분”이라며 “그를 중심으로 한 7명이 마지막 꺼져가는 대화의 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