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대기 엄마 “빨리 집에 데려와 품에 안고 자는게 꿈”
입력 2013-05-01 18:55
“올해 벚꽃은 다 졌네요. 내년엔 꼭 아기와 벚꽃 놀이를 갈 수 있겠죠?”
한 입양기관에서 지난 30일 만난 신모(42·여)씨는 오후 1시부터 두 시간 넘게 초록색 옷을 입은 아기 한 명만 계속 안고 있었다. 품에 안긴 아기가 신씨와 너무 닮아 친아들을 데리고 봉사를 나온 자원봉사자로 착각할 정도였다. 신씨는 자신을 “입양 대기 중인 예비 엄마”라고 소개했다.
1998년 결혼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았던 신씨 부부는 2년 전부터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이 낳은 아기를 내 자식처럼 키운다는 게 마음에 걸려 오랜 망설임 끝에 올 초 입양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주에는 서울가정법원에 수현(가명)이에 대한 입양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신씨가 수현이를 만난 건 지난 3월 28일. 입양 서류를 작성한 뒤 신씨는 수현이를 소개받았다. 신씨는 아직도 수현이와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얼떨떨했어요. 아기를 보는 순간 ‘내가 엄마가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실감나기 시작했죠.” 처음엔 잘 웃지도 않던 아기가 신씨의 진심을 알았는지 이내 방긋방긋 웃기 시작했다. 신씨는 보호소를 나온 뒤부터 머릿속에 온통 수현이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신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오후 수현이를 찾아와 오후 9시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일을 마치고 9시에 달려와 수현이와 눈을 맞춘다.
신씨는 개정 입양특례법 때문에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3월 회사에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신씨는 “입양을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기를 일시보호소에 놓고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며 “아기와 매일 눈을 맞추고 ‘내가 네 엄마다’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주고 싶어서 휴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신씨는 아기 이마에 손톱으로 긁힌 상처를 보고 크게 속상해 했다. 신씨는 “내가 데리고 있으면 손톱도 제때 깎아주고 챙겨주면서 이런 상처가 안 나게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신씨의 소원은 품에 아기를 안고 함께 잠드는 것. 기관 규정상 입양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아기의 경우 외부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때문에 신씨는 따스한 봄 햇살을 바라보며 앞으로 아기와 함께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신씨는 “다른 부모들에게는 아기를 데리고 안고 자거나 유모차를 끌고 함께 산책하는 것이 평범한 일상인데 내게는 너무 꿈만 같은 일”이라며 “하루빨리 입양 절차가 진행돼 수현이의 ‘진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