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더이상 과잉 친절은 없다”… 블랙컨슈머에 적극 대응키로

입력 2013-05-01 18:39 수정 2013-05-01 22:40


‘무조건 친절하지 마라.’

최근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일명 ‘라면 상무’와 호텔 주차장에서 지배인을 폭행한 ‘빵 회장’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 사이에 과잉친절 추방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손님은 왕’이라며 몰지각한 일부 고객에게까지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푸는 것이 결과적으로 직원과 대다수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은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 예방 차원에서 고객이 상품 구입 후 결제하면 영수증과 함께 상품안심카드와 선물교환증을 자동으로 출력하는 ‘원클릭 안심약속제’를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판매 사원이 상품 취급 시 주의사항을 고객에게 설명했는지 안심카드에 서명하도록 하고 선물교환증에 상품 판매처, 교환기준 등의 정보를 담았다. 블랙컨슈머 가운데 상당수가 상품 취급주의 정보를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를 사전에 막겠다는 조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서비스직 판매사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라며 “이번 조치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블랙컨슈머의 억지 교환·환불 요구를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악성 항의 사례를 다섯 종류로 나눠 대응 지침을 교육하고 있다. 직원이 지침대로 행동했을 경우엔 설령 악성 항의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나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난동을 부릴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도록 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보상을 노리고 상품을 반품·교환하는 고객에게는 “죄송하지만 주문을 하실 수 없다”며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다.

KT의 자회사인 케이티스(KTIS)는 지난해 7월부터 전화상담 업무에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전화를 걸어 협박, 폭언, 성희롱 발언 등을 하는 고객에게 1단계로 경고 조치를 하고 팀장이나 관리자급이 직접 삼진아웃제에 대해 설명한 뒤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

케이티스 관계자는 “한 달 평균 2000통 정도의 장난전화가 걸려오는데 삼진아웃제 시행 이후 폭언이나 성희롱 등의 빈도와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며 “상담원들도 언어폭력을 일삼거나 성희롱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당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 경고, 고객 주소지로 내용 증명 발송, 고소·고발하는 3단계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소비자 불만을 일선에 있는 감정 노동자들의 친절한 서비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친절한 태도가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문제해결”이라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