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대한항공 ‘라면상무’ 역풍

입력 2013-05-01 18:39 수정 2013-05-02 00:20
기업 임원들 “무서워서 타겠나”

대한항공이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의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폭행 사건의 피해자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부 보고서 유출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기내 내부 보고서의 역할이 컸다. 이 보고서에는 해당 임원이 탑승한 직후부터 이륙 때까지 행동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기록된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해당 임원은 이후 사건 진행 과정에서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내부 보고서는 대한항공 관계자 가운데 누군가가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유출 여부에 대해 함구하다 1일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회사의 방침과 상관없이 고객 업무 처리와 관련된 기내 내부 보고서 일부가 유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유포자가 누군지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보도된 지 10여일 만의 첫 공식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이어 “유출된 내부 보고서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기는 하나 승객 신상에 대한 개인정보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당사가 마치 승객 신상정보 (유출) 확대의 중심처럼 호도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내 내부 보고서 유출로 승객의 행동이 알려진 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해당 임원의 이름과 소속 회사 등이 이 보고서를 통해 유출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무서워서 대한항공 못 타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상무는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면 굳이 대한항공을 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이 고객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고 자칫 유출도 가능한데 기내에서 무슨 말과 행동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출장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번갈아 이용해 왔는데 당분간 아시아나만 타야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임원의 신상정보는 자사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승객 정보 등 보안 관련 사항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객 서비스와 기내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