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전 강화에 떨어진 한 알의 겨자씨가 이룬 ‘복음의 숲’ 보러 오세요
입력 2013-05-01 18:35
강화 첫 교회 강화교산교회, 4일 기독교선교역사관 개관
120년 전 강화도에 복음이 전파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이 강화 첫 교회에 마련됐다.
창립 120주년을 맞은 강화교산교회는 오는 4일 ‘강화초대 기독교선교 역사관’ 봉헌식을 연다. 옛 예배당(1959년 건축)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해 역사관으로 꾸민 것이다. 공사비 3억5000만원 중 3억원을 강화군에서 지원했다.
1일 인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 강화교산교회에서 만난 박기현(사진) 담임목사는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교회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사례는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120주년을 맞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선물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교산교회는 인천·강화지역 기독 성지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1100여명이 교회를 방문했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농촌마을에 어울리는 고즈넉하고 아담한 교회는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드라마틱한 복음 전파의 역사가 있다.
1893년 제물포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승환은 고향인 강화로 돌아와 노모를 전도했다. 그는 제물포교회에 부임한 조지 존스(한국명 조원시) 선교사에게 어머니의 세례를 요청했으나 이 지역 양반가문이 서양 선교사의 입성을 막았다. 결국 이승환은 밤중에 노모를 업고 바닷가로 나갔고, 이들 모자는 배 위에서 존스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 ‘선상(船上)세례’가 강화에 복음의 겨자씨가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마을사람 몇몇이 이승환의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이 강화교산교회의 시작이다. 이 신앙공동체는 처음에 존스 선교사를 못 들어오도록 막았던 서당 훈장 김상임이 회심(回心)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김상임은 외국인 선교사의 사려 깊은 행동과 교인들의 변화에 감복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김상임이 개종했다는 소식에 분개한 동료 훈장 박능일은 이를 따지러 갔다가 김상임을 통해 복음을 전해 듣고 1896년 강화의 두 번째 교회인 홍의교회를 세웠다. 복음의 씨앗은 이런 식으로 강화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역사관에 들어서면 존스 선교사와 이승환 권사, 김상임 전도사의 얼굴을 새긴 부조가 세워져 있다. 역사관은 200㎡(60평) 규모로 작지만 각종 조형물과 옛 문헌, 사진자료를 통해 120년의 역사를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교회 앞마당에는 선상세례를 체험할 수 있는 모형배가 있다. 4일 역사관 봉헌식 때는 이 교회 성도가 직접 어머니를 업고 와 선상세례를 재현할 예정이다.
박기현 목사는 “교회의 역사는 그냥 내려온 것이 아니고 초대 교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며 “신앙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음을 말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삶 속에서 실천한 강화 초대 교인들의 ‘복음적 신앙’은 이곳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계승해야 할 신앙”이라고 덧붙였다.
강화=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