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감나누기 소개”… 공정위, 10대 그룹 소집
입력 2013-05-01 18:11 수정 2013-05-01 22:37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0대 그룹의 공정거래담당 임원을 소집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일감 나누기’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2일 10대 그룹의 공정거래담당 임원을 세종시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의 일감 나누기 사례를 설명한다. 또 일감 나누기가 다른 기업들에 확산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간담회 참석 대상은 공정위가 지난달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가 있는 기업 43개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 임원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일감 몰아주기 조항이 수정 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는 전제 하에 기업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이 6000억원가량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물량을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키로 한 것을 예로 들며 기업들에 현대차 같은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17일 올해 국내 광고 발주 예상금액의 65%인 1200억원, 국내 물류 발주 예상금액의 45%인 4800억원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날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사례를 소개하는 비공개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현대차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요청 내지는 부탁하는 자리라고 해도 기업 입장에선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공정위에 가면 아무 말도 못한다. 그냥 듣고만 온다. 지시가 내려오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 5장에 포함된 여러 가지 불공정거래 행위 중 하나로 분류돼 있다. 이를 규제하려면 공정위가 현저성과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입증이 어려워 관련 사건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부당내부거래를 5장 외에 3장에도 규정, 부당지원 행위의 요건을 완화하고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