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슈 민감하고 교단간 경쟁 이해 안돼”

입력 2013-05-01 18:00


국내 사역 20代 외국인 선교사 3인방 한국교회, 이래서 안타깝다

한국인 선교사 2만명 시대, 한국은 이제 선교사가 오는 나라가 아닌 ‘보내는 나라’가 됐다. 선교사 파송 대국, 한국으로 파송된 젊은 외국인 선교사들을 만나 한국교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1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한국계 독일인 다니엘 정(29·Daniel Jung)과 독일인 카리나 슈마허(29·여·Karina Schumacher), 우크라이나 출신 나자르 야치신(23·Nazar Yatsyshyn) 선교사는 각각 독일개신교협의회(EKD)와 독일복음선교연대(EMS), 미국연합감리교회(UMC)가 한국에 파송한 선교사들이다. 정 선교사와 야치신 선교사는 각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와 화해통일위원회에서, 슈마허 선교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에서 사역하고 있다.

한국생활이 처음인 이들은 한국교회에 대해 어떤 인상과 생각을 갖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야치신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슈로 분열돼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교회가 정치적 성향을 띠면 교계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되도록 정치와 거리를 두려 노력한다”며 “한국교회가 국가적 정치적 이슈들로 인해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의 눈에는 규모를 기준으로 교회를 분류하는 세태와 교회 및 교단 간 경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성장주의 복음에만 치우치면 그리스도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교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뿐 아니라 교단 간에도 암묵적으로 ‘숫자경쟁’을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결국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교회가 연합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태전문 사역자인 슈마허 선교사는 독일교회에 비해 생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독일과 달리 물 절약, 세제 자제 등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가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들 청년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가진 장점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를 본국에 소개하는 동시에 본국 교회의 경험을 한국교회의 사역에 접목해보겠다는 게 이들의 비전이다. 정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뜨거운 열정을 독일교회에 전하고 독일교회의 조직력과 사역 지속성을 한국교회에 전파하려 한다. 슈마허 선교사는 독일교회의 생태신학 관련 흐름을 한국에 전파하고, 한국교회의 새롭고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독일에 소개할 계획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