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배, 北 억류 6개월만에 가족과 첫 통화… “날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
입력 2013-05-01 17:52 수정 2013-05-01 22:49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44)씨가 억류 이후 처음으로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다. 배씨가 쓴 편지도 가족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3일 배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거의 6개월 만에 나온 변화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배씨는 억류 173일 만인 지난 23일 가족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26일에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배씨의 편지도 가족에게 전달됐다. 배씨와 가족의 서신 왕래는 그동안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전화 통화에서 “나는 잘 지내고 있으며, 나를 위해 애쓰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독교 선교사로 알려진 배씨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교회와 신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배씨는 그러나 자신의 근황 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 때문에 솔직한 심정이나 상황을 전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의 지인들도 그동안 수차례 배씨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으나 최종적으로 배씨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배씨는 그동안 두 차례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평소 지병인 당뇨병 탓인지, 북한의 가혹행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배씨의 어머니 A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에서 “(우리는) 확실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계속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지난 시간들은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 같았다”며 애끓는 어머니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배씨에게 전화 통화가 허용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전화 통화 허용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며 “평소 같으면 문제를 삼지도 않던 꽃제비(고아) 촬영을 이유로 억류한 것은 애초부터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북한 최고재판소 재판을 앞둔 배씨를 인도주의 차원에서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