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입양 정체’… 아이들 보호소서 다 자란다
입력 2013-05-01 17:53 수정 2013-05-01 11:01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날도 있다. ‘입양의 날’(5월 11일)이다. 그러나 새 가정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오늘도 일시보호소에서 양부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이후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접수된 국내입양 신청 146건 가운데 62건만 처리됐고 84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접수가 시작된 국외입양은 67건 중 단 2명만 입양부모 품에 안겼다.
입양심사가 이렇게 지연되는 동안 입양 대기 아동들은 입양기관의 일시보호소나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60여명, 대한사회복지회 50여명, 홀트아동복지회 6명 등이 일시보호소에서 대기 중이다. 위탁가정에 맡겨진 아동은 홀트아동복지회 500여명, 동방사회복지회 340여명, 대한사회복지회 180여명 정도다.
이는 개정 법 시행으로 입양심사를 맡게된 법원에 입양 전담 인력이 없어 심사가 무작정 늦춰지기 때문이다. 입양 사건은 일반 가사 조정 사건 틈바구니에서 다뤄지고 있다. 게다가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입양을 담당해온 판사들이 올 초 대부분 교체됐다. 법원에 “빨리 처리해 달라”고 호소하러 갔던 한 입양부모는 “판사마다 심사 기준이 달라 ‘복불복’인 상황”이란 답변을 들었다.
이렇게 입양이 지체되는 사이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있다. 법 시행 전에는 입양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보통 낯가림이 시작되기 전인 생후 100일 전후면 아기들이 새 가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일시보호소에는 낯가림을 시작하고 보호자와 애착관계를 형성할 만큼 부쩍 커버린 아이들이 많다.
또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위탁가정이 자주 바뀌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아이가 ‘애착’을 형성했다가 ‘분리’되기를 수차례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임승렬 교수는 “주 양육자가 반복적으로 바뀌면 아이는 계속 정서적 불안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 정현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