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신인 솔튼페이퍼 뮤직 앨범, 실력파 이승환이 제작한 이유는?
입력 2013-05-01 17:43
솔튼페이퍼 잔잔한 감성 매력 “데모 음원 듣자마자 반했죠”
솔튼페이퍼(본명 김윤민·29)라는 이름의 한 싱어송라이터가 최근 발표한 음반 한 장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음반을 둘러싼 가요계 안팎의 평가는 이러하다. “신인답지 않은 담담함이 돋보인다.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를 정교하게 허물어버렸다”(가수 윤상) “(좋은 음악은) 자기만의 이야기와 치열한 고민이 담긴 음악이지 싶다. 점점 귀해져가는 말 그대로의 싱어송라이터의 발견이 정말 기쁘고 소중하다”(가수 유희열) “100퍼센트 내 스타일. 모든 곡이 너무나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소설가 김연수)….
눈길을 끄는 건 이 음반을 가수 이승환(48)이 만든 회사, 드림팩토리에서 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이승환은 남성듀오 더클래식, 싱어송라이터 지누 등 실력파 뮤지션들을 발굴해낸 이력이 있다. 솔튼페이퍼 음반은 드림팩토리에서 9년 만에 제작한 신인 가수 앨범이다.
그런데 이승환은 무슨 이유에서 솔튼페이퍼 음반을 만들게 된 걸까. 지난달 29일 서울 성내동 드림팩토리 사무실을 찾아 이승환과 솔튼페이퍼를 만났다. 이승환은 인터뷰를 앞두고 인터뷰어가 노트북과 녹음기를 켜기 전부터 솔튼페이퍼를 격찬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요즘 뮤지션들마다 솔튼페이퍼 음악 좋다는 얘기를 해요. 그동안 이런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이 국내엔 없었으니까요. 솔튼페이퍼는 분명 가요계에 ‘올해의 발견’으로 기록될 거예요.”
그의 이 같은 자신감은 솔튼페이퍼 음악이 가진 독특한 감성 때문이다. 총 9곡이 수록된 앨범에선 영국이나 아일랜드 음악에서나 감지되던 이색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타이틀곡 ‘모자’는 곡의 구성부터 일반적인 가요와 다르다. 자극적인 후렴구는 없지만 담담하면서도 인상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이승환이 솔튼페이퍼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지난해 9월이었다고 한다. 그는 솔튼페이퍼가 보내온 데모 음원(미완성 음원)을 듣고 1분 만에 그를 발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동안 다른 가수의 음반을 제작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내가 누군가의 음반을 만들게 된다면 그건 정말 도전적인 음악이어야 한다고. 솔튼페이퍼는 거기에 딱 들어맞는 뮤지션이었죠. 존재감이 확실한 뮤지션.”
사실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솔튼페이퍼는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04년 한국에 놀러왔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이선웅·33)를 만나면서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등 숱한 힙합 뮤지션 음반 작업에 참여했고, 2010년엔 MYK라는 예명으로 첫 미니음반을 내놓았다.
그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힙합이 상당 부분 배제된 이번 음반이 뜻밖으로 여겨질 수 있겠다. 솔튼페이퍼는 자신의 음악적 ‘변신’을 이 같이 설명했다. “2011년 연말쯤부터 힙합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떨어졌어요. 그러면서 록인지 포크인지 모를 음악들이 계속 머릿속에 스쳐가더라고요.”
솔튼페이퍼는 목에 거는 MP3플레이어, ‘가로본능’ 휴대전화 등을 만든 산업디자인계의 ‘미다스의 손’ 김영세(63) 이노디자인 대표의 아들이다. 김 대표는 뮤지션의 길을 택한 아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후원해왔다. 솔튼페이퍼는 “아직 아버지한테 새 음반을 들려드리진 못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승환은 솔튼페이퍼를 시작으로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계속 발굴, 대중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솔튼페이퍼가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는 데 1년은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24년 전 제가 데뷔할 때 그랬던 것처럼, (방송이나 대형 기획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솔튼페이퍼 이외에도 그동안 오버그라운드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뮤지션들 음반을 계속 내놓을 생각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