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배붙임의 급소
입력 2013-05-01 17:42
‘최고는 최고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최근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은 ‘포스트 이세돌’로 김지석 9단을 지목했다. 김지석의 단점을 정확히 집어내며 ‘세기를 가다듬고 어깨에 힘을 빼면 곧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곧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지난달 22일 제18기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3국에서 김지석 9단(당시 8단, 이번 대회 우승으로 9단으로 승단)이 이세돌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3대 0 완봉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이세돌 9단은 23번의 5번 승부를 펼쳤지만 완봉패를 당한 것은 처음이다. 힘이라면 뒤처지지 않는 두 기사가 만난 만큼 한 판 한 판이 혼전을 거듭하는 승부였다.
랭킹이나 상대전적을 봐도 4승12패로 김지석 9단이 열세인 상황. 하지만 김지석 9단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수를 하면 냉정을 찾지 못해 금세 무너졌었지만 최근에는 묵묵히 승부를 이어나갔다. 끝내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계산도 정확해져 긴 승부에 강해졌다.
입단 11년차에 두 번째 우승. 그동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도 컸지만 늘 대기만성형의 기사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제 최고의 기사를 넘어서며 정상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기보는 GS칼텍스배 4강전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 조한승 9단과의 대결. 작은 부분에서도 김지석 9단의 재치와 기재를 엿볼 수 있는 바둑이다.
<장면도> 하변의 침입 이후 복잡한 싸움이 시작됐다. 흑이 백의 모양에서 3, 5로 최강으로 버텨온 장면. A로 두는 것은 B로 나오는 수가 보이고, B로 받는 것은 A로 세 점이 잡히는 상황이다. 이 때 김지석 9단이 재치 있는 수순을 보여줬다.
<참고도> 세 점을 살리기 위해 그냥 1로 받는 수는 2로 뚫고 나오는 수가 성립된다. 4∼8로 중앙을 결정짓고 10으로 꼬부린다. 흑도 단점이 많지만 주변 배석을 보면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장면. 너무 쉽게 흑의 의도대로 해준 상황.
<실전도> 난국을 타개할 멋있는 맥점이 등장했다. 배붙임의 급소. 필연의 수순으로 3을 교환하고 5로 하변을 지켜 양쪽을 다 둔 모양. 다음에 A로 젖혀 B로 끊어온다면 C로 단수 쳐서 하변을 건너가는 큰 수가 남아 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