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가족을 위한 특급 요리사가 되어 보자

입력 2013-05-01 17:32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었다. 어린이날(5)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 입양의 날(11), 스승의 날(15), 성년의 날(20), 부부의 날(21) 등이 5월에 몰려 있다. 이것은 아마도 모든 가정들이 5월의 싱그러운 자연처럼 밝고 화사해지기를 소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들은 ‘삶의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노년층은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고, 세계적인 경제한파의 영향으로 청장년층은 만성적인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고, 학업 스트레스와 학원폭력 문제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영혼은 멍들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사연으로 더 이상 가정을 유지할 수가 없어 마침내 헤어짐의 고통을 겪는 가정들도 많아졌다. 과연 우리의 가정들이 봄 햇살처럼 따뜻한 온기를 회복할 방법은 없을까?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양할지라도 이 문제를 푸는 핵심은 바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각자가 가장 즐기는 음식들을 함께 나누는 식탁을 제안해본다. 특별 요리도 가능하겠지만, 컵라면도 좋고, 떡볶이도 좋고, 하다못해 스낵이라도 좋다. 무엇이든 식탁에 올려놓고 함께 나누어보자.

인간의 식사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간절한 소망이나 욕구가 좌절될 때, 먹고 마심을 통해 자신의 분노와 좌절을 해소하려고 한다. 이것은 식욕이 단순한 생리적 욕구가 아닌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음식과 감정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간은 같은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나눌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처럼 오랜 기간 함께 식사를 해온 사람들은 ‘집단개성’을 가진 ‘밥상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군대처럼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도록 요구하곤 한다. 교회에서 나누는 성만찬도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므로 온 가족이 요리사가 되어 서로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또는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마련하는 식탁에는 특별한 의미가 생긴다. 각자가 준비한 음식을 가족과 나누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가족에게 개방한다는 뜻이기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상대방의 마음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가족끼리 매일 한 번 보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에 온 가족이 요리사가 되어 식탁을 차린다는 것은 너무 배부른 발상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 가족을 위해서라면 없는 여유라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이번 5월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웃음꽃이 피어나는 식탁을 차려보자.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찬송가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중에서).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의 Facebook: facebook.com/dreamhakjung